Category문학 (51)

문학/고전시가

가사의 개념+「상춘곡」+「갑민가」(2017, 고2, 11월)*

(가) 가사(歌辭)는 두 마디씩 짝을 이루는 율문의 구조만 갖추면 내용은 무엇이든지 노래할 수 있었던 양식이다. 시조의 형식이 간결한 것에 비해 가사는 복잡한 체험을 두루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길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시조를 길이가 짧다는 의미에서 ‘단가(短歌)’라고 부르던 것과 구별하여 가사는 ‘장가(長歌)’라고도 불렀다. 조선 시대의 가사는 보통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의 전기 가사와 17세기부터 19세기 전반까지의 후기 가사로 구분된다. 전기 가사는 대체로 사대부들에 의해 지어졌다. 관직에 있지 않은 사대부들은 자연에 묻혀 지내면서 자연에 대한 흥취나 자신들이 중요시 여기던 가치관을 가사를 통해 드러냈다. 그 구체 적인 모습으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표방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경향이 ‘강호시가(江..

문학/현대산문

황석영, 「줄자」(2017, 고2, 11월)*

[앞부분 줄거리] 시골 소농의 아들로 자란 방태흥은 상경하여 중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고생 끝에 6년 만에 자신의 집을 짓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이 전무가 찾아와 방 씨의 집이 자신의 집을 침범했다며 방 씨의 집 벽을 허물라고 요구한다. 이 전무와 방 씨는 다시 만났지만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다가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아저씨, 옆집에서 찾아요.” 식모아이가 볼멘소리로 투덜대며 들어왔다. “㉠ 자기가 무슨 높은 양반이라구 오라 가라 야단이람.” “누가 찾는다구?” “옆집에서요. 뭐 잠깐 왔다 가라나요? 아저씨, 구멍가게 집 아주머니가 그러는데요, 그 집 순 무식한 벼락부자 집안이래요.” “벼락부자?” “그 남자가 전에는 말예요, 지금은 사장인 자기 형이랑 가짜 구리무를 집에서 만들었대..

문학/고전산문

작자 미상, 「유문성전」(2017, 고2, 11월)*

[앞부분 줄거리] 원나라 때, 혼약을 맺은 유문성과 이춘영은 간신 달목에 의해 온갖 시련을 겪게 되고 일광도사를 만나 병법과 도술을 익혀 장수가 된다. 이때 달목이 황제를 내치고 스스로 황제 달황이 되니, 민심이 들끓게 되고 주원장이 건국의 뜻을 품고 장수 유기와 난을 일으켜 진군한다. 주원장, 유기와 형제의 의를 맺은 유문성과 이장(남장을 한 이춘영)은 각각 원수, 도독이 되어 달목의 부하인 장발과 전투를 벌인다. 날이 저물어 황혼이 되니, 유기는 기력이 쇠진하고, 장발은 조금도 쇠진치 아니하여, 유기의 형세 만분 위태하여 돌아오고자 하나, 만일 잠시 실수하면 생명이 경각에 있는지라, 가만히 기문법을 베풀어 몸을 구름 속에 감추어 혼백을 풍백에 붙이고 성세를 수기에 의지하여 달아나니, 장발이 비록 재주..

문학/현대산문

김정한, 「어떤 유서」(2018, 고2, 11월)*

송노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더욱 심한 손해를 보았다. 란 환지 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노인의 경우는 도합 천오백열 평 중 원지로 받은 것은 불과 사백 평 뿐이고 나머지 천백열 평은 말도 안 되는 박토──산을 깎은 개간지를 환지로서 받았던 것이다. ㉠ “죽일 놈들!” 송노인의 입에서는 또 이런 말이 나왔다. 환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불평을 했다. 마을 환지위원들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진흥공사의 ××사업소 사람들도 그러고 그랬으리란 소문도 나돌았다. 이런 소문들이 맹탕 거짓말이 아니란 것은, 가령 마을 환지위원들 가운데는 그런 억울한 변을 당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과 또 환지위원들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덕을 본 셈이라는 얘기들을 미루어서 능히 짐작할 수 ..

문학/현대운문

서정주, 「다시 밝은 날에 - 춘향의 말 2」(2018, 고2, 11월)

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 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랑이 같었습니다 번쩍이는 비눌을 단 고기들이 헤염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져 날으는 애기 구름 같었습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 때 나는 미친 회오리바람이 되였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벼랑의 폭포 쏟아져 내리는 쏘내기비가 되였습니다 그러나 신령님…… 바닷물이 적은 여울을 마시듯이 당신은 다시 그를 데려가고 그 훠―ㄴ한 내 마음에 마지막 타는 저녁 노을을 두셨습니다 그러고는 또 기인 밤을 두셨습니다 신령님…… 그리하여 또 한번 내 위에 밝는 날 이제 산골에 피어나는 도라지꽃 같은 내 마음의 빛갈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 서정주, 「다시 밝은 날에 - 춘향의 말 2」

문학/고전산문

작자 미상, 「강릉추월전」(2018, 고2, 11월)*

해선은 바로 길을 떠나 먼저 해주로 들어가면서 여러 읍의 일을 차례차례 남모르게 염탐하였다. 한 주점에 들어가니 어떤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서 서로 걱정하면서 말하였다. “해주는 운남도 도적 때문에 봉물이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는구나. 그 놈들을 어찌 하여야 잡을 수 있겠느냐? 세상에 참혹 한 일도 있도다. 모년 모일에 강릉의 이 감사가 벼슬살이를 옮겨 갈 적에 그 놈들에게 재물을 탈취당하고 나는 간신히 살아왔노라. 그러니 그 놈들을 잡으면 만백성에게 적선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에 급제한 사람이 운남도 도적의 아들이라 하니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도적놈의 자식이 급제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어사가 들으니 자신에 대한 말인지라, 이에 생각하기를, ‘운남도 도적이란 말은 내가 아직 듣지 못한 바이지만, 만약 그..

문학/고전시가

「속미인곡」+「사노친곡」(2018, 고2, 11월)*

*친년: 어머님 연세.*영로: 고갯길.*애일촌심: 부모님을 모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여림심연: 깊은 못 가에 있는 듯 조심스러움.*유찬이 박벌: 죄가 너무 커서 귀양 보내는 일이 오히려 가벼운 처벌임. 이해를 돕는 문항들 38.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③ [A]와 [B]는 모두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39. 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정쟁(政爭)으로 인한 낙향이나 유배는 많은 문학 작품 창작의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작품에 드러난 그리움과 원망의 정서는 충과 효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작가의 처지에서 기인한다. 그리움은 이별의 슬픔, 임금에 대한 연모와 감사, 가족에 대한 염려 ..

문학/고전시가

박인로, 「상사곡」(2018, 고2, 9월)*

가을밤 아주 긴 때 적막한 방 안에 어둑한 그림자 말 없는 벗이 되어 외로운 등 심지를 태우고 전전반측(輾轉反側)하여 밤중에 어느 잠이 빗소리에 깨어나니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끊는 듯 째는 듯 새도록 끓인다 하물며 맑은 바람 밝은 달 삼경(三更)이 깊어 갈 때 동창(東窓)을 더디 닫고 외로이 앉았으니 임의 얼굴에 비친 달이 한 빛으로 밝았으니 반기는 진정(眞情)은 임을 본 듯하다마는 임도 달을 보고 나를 본 듯 반기는가 저 달을 높이 불러 물어나 보고 싶은데 구만리장천(九萬長天)의 어느 달이 대답하리 묻지도 못하니 눈물질 뿐이로다어디 뉘 말이 춘풍추월(春風秋月)을 흥 많다 하던가 어찌한 내 눈에는 다 슬퍼 보이는구나 봄이라 이러하고 가을이라 그러하니 옛 근심과 새 한(恨)이 첩첩이 쌓였구나 세월이 아무리..

문학/현대산문

박완서, 「아저씨의 훈장」(2018, 고2, 9월)*

[앞부분의 줄거리] ‘나’는 너우네 아저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전쟁 때 자식 대신 성표를 데리고 피난했던 너우네 아저씨를 떠올린다. 밤새도록 반짝반짝 닦은 크고 작은 자물쇠를 앞뒤로 주렁주렁 달고 장군처럼 거만하고 당당하게 장사를 나가는 너우네 아저씨의 권위는 완벽했다. 내 자식을 사지에 뿌리치고 조카자식을 구해 내서 공부시킨다는 게 그렇게 위대한 일일까? 나는 그의 당당함에 압도된 채, 속으론 ‘언제고 그의 위 대성이 터무니없는 가짜라는 걸 보고 말 테다’라는 엉큼한 생각을 키우고 있었다. 휴전이 되었지만 우린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다. 38 이남이었기 때문에 꼭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우리는 하필 우리 고향 쪽에서 남으로 쳐진 휴전선이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다. 너우네 아저씨인들 그때 이별..

문학/현대운문

송수권, 「까치밥」(2018, 고2, 9월)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

문학/고전산문

작자 미상, 「강도몽유록」(2018, 고2, 9월)

적멸사(寂滅寺)에는 청허(淸虛)라 하는 한 이름 높은 선사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천성이 어질었고 마음 또한 착했다. 추운 사람을 만나면 입었던 옷을 벗어 주었다. 배고픈 사람을 보면 먹던 밥도 몽땅 주어 버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추운 겨울의 봄바람’이라거나 ‘어두 운 밤의 태양’이라거나 하고 우러러 받들었다. 그런데 국운은 나날이 쇠퇴하였고, 호적(胡狄)이 침입하여 팔도강산을 짓밟았다. 상감은 난을 피하여 고성에 갇혔고, 불쌍한 백성들은 태반이 적의 칼에 원혼(冤魂)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저 강도(江都)의 참상은 더욱 처절했다. 시신의 피는 냇물처럼 흘렀고, 백골이 산더미 처럼 쌓였다. 까마귀가 사정없이 달려들어 시신을 파먹었으나 장사 지낼 사람이 없었다. 오직 청허 선사만이 이를 슬..

문학/현대운문

백석, 「수라(修羅)」(2018, 고2, 9월)*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 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

문학/현대운문

나희덕, 「못 위의 잠」(2018, 고2, 6월)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 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

문학/현대산문

전상국, 「동행」(2018, 고2, 6월)

[앞부분의 줄거리] 눈 덮인 밤길을 억구와 큰 키의 사내(형사)가 동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억구가 6·25 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득칠을 우연히 만나 술자리 끝에 그를 살해하고, 부친의 산소 곁에서 죽을 심산으로 고향으로 가는 길임이 드러난다. 옆 산 소나무 위에 얹혔던 눈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자기 무게를 그렇게 나약한 소나뭇가지 위에선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이……. 그때 좀 먼 곳에서 뚝 우지끈 소나 뭇가지 부러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자 이때 억구가 느닷없이 키 큰 사내의 앞을 막아 서며, “선생, 난 득수 동생놈을, 그 김득칠일 어제 죽였단 말이오. 이렇게 온통 눈이 내리는데 그까짓 걸 숨겨 뭘 하겠소. 선생은 아주 추악한, 사람을 몇씩이나 죽인 무서운 놈과 함..

문학/고전시가

「이화우 흩뿌릴 제~」+「사미인곡」(2018, 고2, 6월)*

(가)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 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 계랑 (나)동풍(東風)이 건듯 불어 쌓인 눈을 헤쳐 내니 창 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가 황혼의 달이 쫓아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이 너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꽃 지고 새 잎이 나니 녹음(綠陰)이 깔렸는데 ㉠ 비단 휘장 안은 쓸쓸하고 수놓은 장막은 텅 비어 있다연꽃을 수놓은 휘장을 걷고 공작이 그려진 병풍을 두르니 가뜩이나 시름 많은데 날은 어찌 그리도 길던가 ㉡ 원앙이 그려진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