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문학/고전산문 (12)

문학/고전산문

이숭인, 「상죽헌기」(2016, 고2, 11월)

(다) 그러다가 금년 가을에 상인(上人) * 이 산에서 내려왔으므로, 내가 그를 보고는 너무 기뻐서 하루 종일 붙들어 두었는데, 그 때 상인이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보여 주면서 말하기를, “내가 나의 초당을 상죽(霜竹)이라고 이름하고는 육우(六又) 김비판(金祕判)에게 청하여 큰 글자를 써서 현판으로 걸었다. 앞으로 상죽에 대한 시가(詩歌)를 천신(薦紳)들 사이에서 구하려고 하니, 그대가 기문(記文)을 써주면 좋겠다.” 내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긴 하였지만, 나를 초목에 비유한다면 저력(樗櫟)이나 포류(蒲柳)일 따름이니, 어떻게 감히 우리 상인의 초당에 기문을 쓸 수가 있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지만 상인이 일단 나를 비루하게 여기지 않았고 보면, 내가 또 어떻게 들은 것을 가지고 고해 주지 않을 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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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봉산탈춤」(2017, 고2, 9월)

(가) 한국 문학 작품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공통적인 특질을 ‘한국 문학의 전통’이라고 한다. 한국 문학에는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다. 그 중 한은 인간의 감정이 억눌려 응어리가 매듭처럼 맺힌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한은 수난이 잦은 역사의 비운이나 사회적 억눌림 그리고 어긋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한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만을 그리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풀이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학은 ‘한의 문학’이자 ‘풀이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택의 「별사미인곡」은 평생 벼슬을 하지 못했던 그가 당쟁에 휘말려 유배를 갔을 때 지은 가사로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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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택, 「별사미인곡」(2017, 고2, 9월)

(가) 한국 문학 작품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공통적인 특질을 ‘한국 문학의 전통’이라고 한다. 한국 문학에는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다. 그 중 한은 인간의 감정이 억눌려 응어리가 매듭처럼 맺힌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한은 수난이 잦은 역사의 비운이나 사회적 억눌림 그리고 어긋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한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만을 그리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풀이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학은 ‘한의 문학’이자 ‘풀이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택의 「별사미인곡」은 평생 벼슬을 하지 못했던 그가 당쟁에 휘말려 유배를 갔을 때 지은 가사로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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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주봉전」(2017, 고2, 9월)

이때 옥경의 선관이 항상 제일봉에 와서 놀았는데 황제가 거동하시는 것을 보고 선관이 급히 올라가느라 옥저와 거문고를 버리고 가게 되었다. 이때 주봉이 그 옥저와 거문고를 보고 즉시 천자께 바치니, 천자께서 보시고 어루만지며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세상에는 없는 것이로구나.”하시고, 조정 백관들을 불러 알아보도록 하시니 아무리 알고자 한들 옥경의 선관이 가졌던 보배라 어찌 알겠는가. 천자께서 주봉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길 “경(卿)은 아는가?” 하시니 주봉이 엎드려 아뢰었다. “옥저는 장량이 계명산에 올라 팔천 병사를 흩었던 옥저이고, 거문고는 선관이 팔선녀를 희롱하던 거문고이옵니다.” 천자께서 명령하시기를 “경(卿)들은 다 각각 불어 보라.”하시니 백관들이 아무리 불려고 해도 입만 아플 뿐 소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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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유문성전」(2017, 고2, 11월)*

[앞부분 줄거리] 원나라 때, 혼약을 맺은 유문성과 이춘영은 간신 달목에 의해 온갖 시련을 겪게 되고 일광도사를 만나 병법과 도술을 익혀 장수가 된다. 이때 달목이 황제를 내치고 스스로 황제 달황이 되니, 민심이 들끓게 되고 주원장이 건국의 뜻을 품고 장수 유기와 난을 일으켜 진군한다. 주원장, 유기와 형제의 의를 맺은 유문성과 이장(남장을 한 이춘영)은 각각 원수, 도독이 되어 달목의 부하인 장발과 전투를 벌인다. 날이 저물어 황혼이 되니, 유기는 기력이 쇠진하고, 장발은 조금도 쇠진치 아니하여, 유기의 형세 만분 위태하여 돌아오고자 하나, 만일 잠시 실수하면 생명이 경각에 있는지라, 가만히 기문법을 베풀어 몸을 구름 속에 감추어 혼백을 풍백에 붙이고 성세를 수기에 의지하여 달아나니, 장발이 비록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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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강릉추월전」(2018, 고2, 11월)*

해선은 바로 길을 떠나 먼저 해주로 들어가면서 여러 읍의 일을 차례차례 남모르게 염탐하였다. 한 주점에 들어가니 어떤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서 서로 걱정하면서 말하였다. “해주는 운남도 도적 때문에 봉물이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는구나. 그 놈들을 어찌 하여야 잡을 수 있겠느냐? 세상에 참혹 한 일도 있도다. 모년 모일에 강릉의 이 감사가 벼슬살이를 옮겨 갈 적에 그 놈들에게 재물을 탈취당하고 나는 간신히 살아왔노라. 그러니 그 놈들을 잡으면 만백성에게 적선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에 급제한 사람이 운남도 도적의 아들이라 하니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도적놈의 자식이 급제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어사가 들으니 자신에 대한 말인지라, 이에 생각하기를, ‘운남도 도적이란 말은 내가 아직 듣지 못한 바이지만, 만약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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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강도몽유록」(2018, 고2, 9월)

적멸사(寂滅寺)에는 청허(淸虛)라 하는 한 이름 높은 선사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천성이 어질었고 마음 또한 착했다. 추운 사람을 만나면 입었던 옷을 벗어 주었다. 배고픈 사람을 보면 먹던 밥도 몽땅 주어 버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추운 겨울의 봄바람’이라거나 ‘어두 운 밤의 태양’이라거나 하고 우러러 받들었다. 그런데 국운은 나날이 쇠퇴하였고, 호적(胡狄)이 침입하여 팔도강산을 짓밟았다. 상감은 난을 피하여 고성에 갇혔고, 불쌍한 백성들은 태반이 적의 칼에 원혼(冤魂)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저 강도(江都)의 참상은 더욱 처절했다. 시신의 피는 냇물처럼 흘렀고, 백골이 산더미 처럼 쌓였다. 까마귀가 사정없이 달려들어 시신을 파먹었으나 장사 지낼 사람이 없었다. 오직 청허 선사만이 이를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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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백학선전」(2019, 고2, 6월)

[앞부분의 줄거리] 유백로는 조은하에게 백학선(백학이 그려진 부채)을 주며 결혼을 약속한다. 유백로는 조은하를 보호하기 위해 가달과의 전쟁에 원수로 출전하였으나, 간신 최국냥이 군량 보급을 끊어 적군에 사로잡힌다. 태양선생과 충복의 도움으로 유백로의 소식을 접한 조은하는 황제 앞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정남대원수로 출전한다. 가달과 대결하던 중 조은하는 선녀가 알려 준 백학선의 사용 방법을 떠올린다. 원수가 말에서 내려 하늘에 절하고 주문을 외워 백학선을 사면으로 부치니 천지가 아득하고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무수한 신장(神將)이 내려와 도우니 저 가달이 아무리 용맹한들 어찌 당하리오? 두려워하여 일시에 말에서 내려 항복하니 원수가 가달과 마대영을 마루 아래 꿇리고 크게 꾸짖어, “네가 유 원수를 모셔 와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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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옹전」(2019, 고2, 3월)

옹은 말을 할 때면 장황하게 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대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꼭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었고 그 속에 풍자를 담고 있었으니, 달변가라 하겠다. 손님이 물을 말이 다하여 더 이상 따질 수 없게 되자 마침내 분이 올라, ㉠ “옹께서도 두려운 것을 보셨겠지요?” 하니, 옹이 말없이 한참 있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려워할 것은 나 자신만 한 것이 없다네. 내 오른쪽 눈은 용이 되고 왼쪽 눈은 범이 되며, 혀 밑에는 도끼를 감추고 있고 팔을 구부리면 당겨진 활과 같아지지. 차분히 잘 생각하면 갓난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나,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짐승 같은 야만인이 되고 만다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장차 제 자신을 잡아먹거나 물어뜯고 쳐 죽이거나 베어 버릴 것이야. 이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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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 「곡목설」(2018, 고2, 3월)

이웃에 있는 장생이란 사람이 집을 지으려고 하여 산에 들어가 재목을 찾았으나, 빽빽이 심어진 나무들은 대부분 꼬부라지고 뒤틀려서 용도에 맞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산꼭대기에 한 그루가 있었는데, 앞에서 보아도 곧바르고 좌우에서 보아도 역시 곧기만 했다. 때문에 쓸 만한 좋은 재목으로 생각하고는 도끼를 들고 그쪽으로 가 뒤에서 살펴보니, 구부러져 있는 나무였다. 이에 장생은 도끼를 내던지고 탄식했다. “아, 나무 가운데 재목이 될 만한 것은 보면 쉽게 살필 수 있고, 고르면 쉽게 가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무의 경우는 내가 세 번이나 살폈어도 쓸모없는 재목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구나. 그러니 하물며 사람들이 외모를 그럴 듯하게 꾸미고 속마음을 깊게 숨기는 경우에 있어서랴! 그 말을 들으면 그럴듯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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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숙향전」(2018, 고2, 3월)

노옹이 졸다가 말하기를, “네 두 손으로 내 발바닥을 문지르라.” 하여 생이 종일토록 노옹의 발바닥을 부비더니 노옹이 깨어나 말하기를, “그대를 위하여 사방으로 찾아 다녔으나 보지 못하고 후토부 인께 물으니 마고할미 데려다가 낙양 동촌에 가 산다하기로 거기 가보니 과연 숙향이 누상에서 수를 놓고 있거늘 보고 온 일을 표하기 위해 불떵이를 내리쳐 수놓은 봉의 날개 끝 을 태우고 왔노라. 너는 그 할미를 찾아보고 숙향의 종적을 묻되 그 수의 불탄 데를 이르라.” 하였다. 이랑이 말하기를, “제가 처음에 가 찾으니 여차여차 이르기로 표진강가에까지 갔다가 이리 왔는데 낙양 동촌에 데리고 있으면서 이렇게 속일 수가 있습니까?” 하니 노옹이 웃으며 말하기를, “마고선녀는 범인(凡人)이 아니라 그대 정성을 시험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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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복설화(어우야담)(1996, 수능)

김인복(金仁福)이 소시에 노상에서 한 시골 선비를 만났는데 수정 갓끈을 달고 있었다. ㉠그 갓끈이 너무 짧아서 겨우 턱 밑 을 돌아갔다. 인복이 말을 세우고 채찍을 들어 읍하고 말하였다. ㉡“아, 아름답구나, 저 수정 갓끈이여! 천하일품이구려. 나의 가산을 기울여서라도 당신의 갓끈을 갖고 싶소.” 그 사람이 묻기를 “당신 집이 어디요?” “내 집은 숭례문 밖 청파리라오. ㉢내일 아침에 배다리만 찾 아오우. 게서 김인복이를 물으면 행길에 누군들 모르겠소.” 서로 언약을 하고 헤어졌다. ㉣이튿날 인복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대문으로 들어섰다. ㉤인복이 마루 끝으로 나와 채마밭 머리에 평상을 내놓고 앉게 하였다. 인복이 말을 꺼내었다. “우리집 논이 동성(東城) 흥인문(興仁門)밖에 있는데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