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 줄거리] 원나라 때, 혼약을 맺은 유문성과 이춘영은 간신 달목에 의해 온갖 시련을 겪게 되고 일광도사를 만나 병법과 도술을 익혀 장수가 된다. 이때 달목이 황제를 내치고 스스로 황제 달황이 되니, 민심이 들끓게 되고 주원장이 건국의 뜻을 품고 장수 유기와 난을 일으켜 진군한다. 주원장, 유기와 형제의 의를 맺은 유문성과 이장(남장을 한 이춘영)은 각각 원수, 도독이 되어 달목의 부하인 장발과 전투를 벌인다.


날이 저물어 황혼이 되니, 유기는 기력이 쇠진하고, 장발은 조금도 쇠진치 아니하여, 유기의 형세 만분 위태하여 돌아오고자 하나, 만일 잠시 실수하면 생명이 경각에 있는지라, 가만히 기문법을 베풀어 몸을 구름 속에 감추어 혼백을 풍백에 붙이고 성세를 수기에 의지하여 달아나니, 장발이 비록 재주 있으나 어찌 알리오.


밤새도록 싸우다가 그 이튿날 평명에 보니, 유기는 없고 다만 한 기를 데리고 싸웠는지라, 크게 놀라고 냉랭하여 무료히 돌아오며 생각하되,


“유기는 필시 천인이요 인간 사람은 아니로다.” 

하고 가장 의아하더라.


유기 밤 삼경에 본진에 돌아오니, 모두 보고 대경하여 연고를 묻거늘 수말을 설화하니, 온 군중이 다 칭찬하며 우러러보더라.


이때 유원수 장발 잡기를 가장 염려한대, 유기 왈,


“장발은 한갓 검술만 믿고 대적치 못하리니, 용맹과 둔갑을 겸하여야 능히 제어하리라. 우리 진중에는 유원수밖에 당할 이 없나이다.”


이때 주원수 유원수의 손을 잡고 왈,


“이제 모든 장졸은 거재두량[각주:1]이라. 장군은 장차 어찌하면 좋으리오.”


유원수 답왈,


“소장이 능히 당하오리니 근심치 마옵소서. 승패는 병가상사라, 어찌 장발을 근심하여 천하 대사를 등한히 하오리까.”


바로 나아가려 하더니, 도독이 또한 원수를 만류하여 왈,


“소장이 한번 나아가 장발을 잡으리이다.”

하고, 칼을 들고 말을 내몰아 급히 진전에 나아가니, 장발이 또 한 창을 들고 나서며 가로되,


“저 백면 서생 어린 아이야, 가련하다. 네 오늘 비명에 세상을 버리고자 하니, 멀고 먼 황천 길에 조심하여 가라.”

하고 나는 듯이 달려드니, 이낭자 미처 몸을 돌리지 못하여 말 이 엎어지거늘, 장발이 창으로 겨누며 왈,


“가련타. 네 얼굴을 보니 차마 죽일 마음이 없다마는, 범의 새끼를 놓으면 후환을 끼치는 법이라, 어찌 살려 보내리오.” 

하고, 호통 일성에 창을 들어 치려 하니, 이장이 정신이 없어 하늘을 우러러 다시 유생을 보지 못함을 생각하고 눈물이 비 오듯 하더니, 이때 유원수 진중에서 바라보다가, 이장의 위급함을 보고 대경하여 급히 말을 타고 크게 소리하여 왈,


“도적은 감히 나의 장사를 해치 말라.”

하고 바로 달려들어 치니, 장발이 미처 손을 놀리지 못하여 원수의 은하검이 번뜻하며 장발의 창 든 팔이 맞아 떨어지는지라. 일변 이장을 옆에 끼고 말에 올라 칼을 들고 달려들어 장발을 치려 하니, 장발이 비록 한 팔을 잃었으나 소리 벽력같이 지르고, 좌수로 삼백근 철퇴를 두르며 달려드니, 이때 유원수가 한 팔에 이장을 안았으매, 한 손으로 칼을 들어 대적할새, 급한 바람이 벽력을 치는 듯, 놀란 용이 벽해를 치는 듯, 천지 진동하고 산천이 무너지는 듯하더라.


삼십여 합에 승부를 결단치 못하매, 장발은 한 팔을 잃고 자연 기운이 태반이나 감하고, 유원수는 또 한편에 사람을 안았으매 자연 군속함이 많더라.


㉠ 이장이 정신없어 장발에게 잡혀가는가 하였더니, 이윽고 진정하여 가만히 본즉, 유원수에게 안겨 한 말에 실렸는지라,


필시 나를 위하여 한편 팔을 쓰지 못하면 반드시 기력이 쇠진하여 극히 곤색할까 저어하여, 몸을 요동하여 내리고자 하나, 유장이 또한 생각하되, 이장을 내릴 즈음에 혹시 상할까 염려하여, 허리를 단단히 안고 놓지 아니하며 한 팔로 장발을 대적하더니, 유원수를 쳐다보며 빌어 왈, 


“만일 나를 놓지 아니하시면 필연 둘이 다 위태할 것이니 바삐 놓으소서.”

한대, 유장이 종시 놓지 않고 왈,


“둘이 다 죽을지언정 놓지 못하리라.” 


(중략)


장발을 맞아 싸워 오십여 합에 이르매, 칼빛은 번개 같고 호통소리는 천둥 같으며, 고각 함성은 천지 진동하고, 기치 창검은 일월을 가리웠는데, 운무는 자욱하고 말굽은 분분하여, 급한 바람에 모진 상설이 뿌리는 듯, 장수는 정신을 잃고 군사는 넋을 잃어, 구렁에 올챙이떼같이 몰려 서서 구경만 하더라.


홀연 광풍이 대작하며 공중에서 벽력같은 소리 나며 은하검이 번뜻하더니, 장발의 머리 검광을 좇아 떨어지니 한 줄기 무지개 일어나며, 슬프다, 이 같은 장사로 천수를 알지 못하고 몸을 그릇 역적에게 허하여 천의를 거스르니, 제 비록 천하 명장이요 만고 영웅인들, 당시 창업 주씨를 어찌 대적하며 유문성을 당하리오. 산천이 슬퍼하는 듯하고, 일월이 무광하더라. 장발이 죽었으니 뉘라서 대적하리오. 무인지경같이 짓쳐들어가니, 삼국 청병 장졸과 본진 장졸의 머리 추풍낙엽일러라.


이때 달황이 할 수 없어 수백기를 거느리고 북문을 향하여 도망하거늘, 유원수 그 행동을 알고 급히 좇아가 사로잡고, 간신 당파 수백명을 잡아 무사로 하여금 차례로 처참하고, 본진으 로 돌아와 서로 치하 분분하더라.


차시, 유원수 이도독과 더불어 전후 지낸 일과 달목 잡은 말을 좌중에 세세히 설화하며 왈,


“달목은 우리와 지극한 원수라. 평생의 품은 원을 오늘에야 풀리라.”

하니, 이때 억만 군졸이 이 말을 듣고 대경하여, 그제야 이장이 여자인 줄 알고 칭찬불이하더라.


주원수와 유기 다시 치사하여 왈,


“부부 동심하여 천하를 평정하고, 대공을 세워 평생 원수를 갚고 원을 이루니, 이는 천고에 드문 일이라. 임의로 처치하옵소서.” 

한대, 유원수 도독과 더불어 칼을 들어 호령하여 왈,


“달목은 들으라. 네 이제 우리 양인을 아는가 모르는가. 나는 여남 땅 유문성이요, 저는 낙양 땅 이상서의 여자 이씨로다. 네 무도하여 음흉한 행실로 감히 우리 선군을 구박하고, 천조를 모함하여 남의 인륜을 작희(作戲)하여 백옥 같은 정절을 자결하게 하니, 그 죄 어떠하며, 또 천위를 찬역하여 현인군자를 참살하며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하였으니, 네 죄는 하늘에 사무치는지라. 빨리 목을 베어 천하에 회시하라.”


하니, 달가의 처와 간신 당류 등이 황겁하여 감히 한 말도 못하고 우러러보지도 못하더라.


― 작자 미상, 「유문성전」


Photo by Jerry Wang on Unsplash





이해를 돕는 문항들


42.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꿈과 현실을 교차하여 환상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② 초월적 존재가 등장하여 인물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③ 인물의 외모를 과장되게 표현하여 인물을 희화화[각주:2]하고 있다.

편집자적 논평[각주:3]을 활용하여 서술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각주:4]

⑤ 공간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과거를 암시하고 있다.



43.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주원수는 사로잡힌 달황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각주:5]

② 유기는 도술을 사용해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③ 이장이 여자라는 사실은 달목이 잡힌 후 밝혀졌다.

④ 달황은 장발이 죽은 뒤 전장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⑤ 이장은 유원수의 안위를 걱정하여 자신을 희생하려 하였다.



4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유문성전」과 같은 창작 군담소설은 주인공이 전투에 등장하는 시기를 조절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보조 인물의 대결은 주인공의 등장을 지연시키고 주인공의 능력이 우월함을 부각하여 독자의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또 주인공의 대결도 쉽게 끝나지 않도록 하여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의 승리가 이루어지면 독자는 그동안 지속되었던 긴장을 이완하고 감동과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 전투와 관련된 윗글의 장면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선택지 생략)



  1. * 거재두량: 물건이나 인재 따위가 흔해서 귀하지 않음. [본문으로]
  2. 중요한 문학 개념어. [본문으로]
  3. 중요한 문학 개념어. [본문으로]
  4. ‘장발이 재주 있으나 어찌 대적하리오.’, ‘제 비록 천 하 명장이요 만고 영웅인들, 당시 창업 주씨를 어찌 대적하며 유문성을 당하리오.’ 등에서 편집자적 논평을 활용하여 서술자의 생각을 드러내는 표현이 있음이 확인되므로 적절하다. [본문으로]
  5. 주원수는 달황에 대한 처분을 유원수에게 맡길 뿐 달황에게 관용을 베풀지는 않으므로 적절하지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