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국 문학 작품들 사이에 면면히 흐르는 공통적인 특질을 ‘한국 문학의 전통’이라고 한다. 한국 문학에는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이 많다. 그 중 한은 인간의 감정이 억눌려 응어리가 매듭처럼 맺힌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한은 수난이 잦은 역사의 비운이나 사회적 억눌림 그리고 어긋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 문학 작품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한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만을 그리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풀이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학은 ‘한의 문학’이자 ‘풀이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택의 「별사미인곡」은 평생 벼슬을 하지 못했던 그가 당쟁에 휘말려 유배를 갔을 때 지은 가사로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작품이다. 유배 가사를 비롯한 사대부들의 시가 작품 중에는 임금과의 관계가 어긋나게 되었을 때의 슬픔과 억울함 등을 담아낸 작품들이 있는데, 이때 임금을 이별한 임으로 설정하여 임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다. 대개 이런 작품들은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충정으로 한을 극복한다.


「봉산탈춤」은 황해도 봉산(鳳山) 지방에 전승되어 오던 가면극으로 재담을 통해 봉건적인 가족 제도와 양반의 무능과 허위, 부조리 등을 폭로하고 비판한다. 이러한 탈춤은 서민들을 억압하는 사회를 풍자하고, 양반을 비하하는 욕설, 행동 등을 거침없이 표현하여 서민들의 금지된 욕망을 드러낸다. 또한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을 통해 대상을 조롱하고 희화화하여 서민들이 겪었던 갈등과 고통을 웃음으로 해소한다.



(다)

생 원  쉬이. (춤과 장단 그친다.) 말뚝아.


말뚝이  예에.


생 원  이놈, 너도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말뚝이  예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각주:1] 하고, 마구간에 들어가 ⓐ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등에 솔질을 솰솰 하여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양(西洋) 영미(英美), 법덕(法德)[각주:2], 동양 삼국 무른 메주 밟듯 하고,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 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중략)


생 원  이놈, 말뚝아.


말뚝이  예에.


생 원  나랏돈 노랑돈 칠 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 초빛 같고, 울룩줄룩 배미 잔등 같은 놈을 잡아들여라.


말뚝이  ⓒ 그놈이 심(힘)이 무량대각(無量大角)[각주:3]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 아 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 없습니다.


생 원  오오, 그리하여라. 옜다. 여기 ㉯ 전령 가지고 가거라. (종이에 무엇을 써서 준다.)


말뚝이  (종이를 받아 들고 취발이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취발이  어데, 전령 보자.


말뚝이  (종이를 취발이에게 보인다.)


취발이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말뚝이  (ⓓ 취발이 엉덩이를 양반 코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아들였소.


생 원  아,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냐?


말뚝이  예,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생 원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중략) 


말뚝이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하오? ⓔ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 작자 미상, 「봉산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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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일조식 : 아침 일찍 식사함. [본문으로]
  2. * 법덕 : 프랑스와 독일. [본문으로]
  3. * 무량대각 :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