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 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 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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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동풍(東風)이 건듯 불어 쌓인 눈을 헤쳐 내니 

창 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가 

황혼의 달이 쫓아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이 너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꽃 지고 새 잎이 나니 녹음(綠陰)이 깔렸는데 

㉠ 비단 휘장 안은 쓸쓸하고 수놓은 장막은 텅 비어 있다

연꽃을 수놓은 휘장을 걷고 공작이 그려진 병풍을 두르니 

가뜩이나 시름 많은데 날은 어찌 그리도 길던가 

㉡ 원앙이 그려진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임의 옷 지어 내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함에 담아 두고 

임에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 바라보니 

산인가 구름인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 리(千里) 만 리(萬里) 먼 길을 누가 찾아갈까 

가거든 열어 두고 나를 본 듯 반기실까


― 정철, 「사미인곡」






이해를 돕는 문항

44. <보기>를 바탕으로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고전 시가에는 헤어진 임에 대한 그리움과 변함없는 사랑을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이러한 작품들에 는 (가)처럼 여성 작자가 자신이 실제 겪었던 이별의 상황과 아픔을 진솔하게 표현한 노래도 있으며, (나)처럼 남성인 사대부가 임금의 곁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의 처지를 이별한 여인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노래도 있다.


① (가)의 ‘임’은 실제 경험 속 연인으로, (나)의 ‘임’은 당시의 임금으로 해석할 수 있군.

② (가)와 달리, (나)는 작가 자신을 이별한 여인에 빗대어 ‘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군.

③ (가)와 (나)는 모두 ‘천 리’라는 시어를 통해 임과 멀어져 있는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군.

④ (가)의 ‘이화우’, (나)의 ‘산’과 ‘구름’은 임에 대한 변함없는 화자의 사랑을 반영한 자연물이군.[각주:1]

⑤ (가)는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나)는 ‘나를 본 듯 반기실까’를 통해 여전히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군.

  1. (가)의 ‘이화우’는 가슴 시린 이별 당시의 상황을 묘 사하는, (나)의 ‘산’과 ‘구름’은 화자와 임 사이를 가 로막는 장애물을 의미하는 소재이므로, 임에 대한 변 함 없는 화자의 사랑을 반영한자연물로 볼 수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