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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인간의 경험을 드러내고 개념화하는 인지활동을 말한다. 이 경우 표현하려고 하는 새롭고 추상적인 경험 세계를 목표 영역이라고 하며, 목표 영역은 기존의 구체적 경험 세계인 근원 영역을 이용해서 개념화된다.


(1) 인생은 나그넷길이다. 

(2) ㉠사랑에 빠졌다.

(1)의 표현에서 ‘인생’은 목표 영역이며, ‘나그넷길’은 근원 영역에 해당하는데, 추상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이라는 개념을 일상 경험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나그넷길’을 통하여 개념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2)에서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의 ‘물에 빠지다’라는 구체적 경험을 이용한 것이다.


‘인생’과 ‘나그넷길’, ‘사랑’과 ‘물’에서처럼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의 경험은 대조적이다. 근원 영역은 일상 경험에서부터 나온 것이므로 구체적·물리적이며, 명확하고 구조화된 경험인 반면, 목표 영역은 추상적·비물리적이며, 불명확하고 구조화되지 않은 경험이다. 또한 근원 영역과 목표 영역은 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곧 ‘나그넷길’에 의해서 ‘인생’을 개념화하지 ‘인생’에 의해서 ‘나그넷길’을 개념화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빠지다’의 경험도 구체적인 데서 추상적으로 개념화하지 그 역은 아니다.


근원 영역을 이용해서 목표 영역을 나타내는 것은 ㉡두 영역의 개념적인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그넷길’과 ‘인생’ 간에는 출발점에서 종착점의 여정이 있으며, 그 여정에는 여행의 동반자와 목적이 있으며, 희로애락 등의 공통된 요소들이 있다. 이 경우 두 개념 영역 사이의 유사성을 인식해서 은유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은유란 우리에게 익숙한 근원 영역으로써 낯선 목표 영역을 개념화하는 인지 책략으로, 표현 불가능한 대상을 표현하고 복잡한 개념에 대하여 간결성을 제공하며, 표현의 신선함을 부여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러한 은유는 일상 언어에 널리 퍼져 있으며 나아가 추상적인 세계를 개념화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은유의 유형에는 구조적 은유, 존재론적 은유, 방향적 은유가 있다.


(3) 논쟁은 전투이다.

(4) 마음은 그릇이다.

첫째, 구조적 은유란 한 개념이 다른 개념에 의하여 은유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3)에서 ‘논쟁’은 ‘전투’라는 개념에 의해서 은유적으로 구조화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경험의 두 영역 사이에는 긴밀한 구조적 일치가 존재한다. 곧 다른 의견을 가진 토론자는 ‘적군’, 반대를 제기하는 것은 ‘공격’, 주장의 고수는 ‘방어’, 주장의 포기는 ‘항복’, 토론의 결과는 ‘휴전’ ‘승전 및 패전’에 해당된다. 이처럼 논쟁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수많은 표현들은 ‘전투’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둘째, 존재론적 은유는 추상적 경험을 구체적인 존재, 곧 물체나 내용물에 의해서 이해하는 것이다. (4)에서 보듯이 추상적인 마음은 구체적인 그릇에 의해 파악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마음이 크다/작다’, ‘마음을 닦다’와 같은 표현이 생겨난다.


셋째, 방향적 은유는 상호 대립 관계에 있는 방향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예를 들면 ‘위-아래’ 방향과 관련하여 ‘봉급이 올라가다/내려가다’, ‘저축률이 높다/낮다’ 등의 표현이 형성된다. 이러한 은유의 방향은 물건을 쌓을 때 양이 많아지면 더미가 높아지며, 잔에다 물을 부으면 수면이 올라가는 일상적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 김광해 외, ‘국어지식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