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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대화는 언어 지식에서 얻은 문장의 의미 해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어 밖의 지식과의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일상생활에서의 표현과 이해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화용상의 암시는 이들의 상호 작용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1) 영이는 일등이 아니다.


어떤 대화 상황에서는 (1)의 의미가 ‘철수가 일등을 하였다.’의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1)에서 이런 내용을 이끌어낼 수 없지만, 화자와 청자가 철수와 영이를 알고 있고 두 사람이 일・이등을 다투어서 영이나 철수가 일등 아니면 이등을 할 것을 알거나 그렇게 믿고 있으면 이런 의미가 도출된다. 이렇게 화자나 청자 또는 상황에 의해서 도출해낼 수 있는 내용을 화용상의 암시라고 한다. 이 화용상의 암시는 (1)과 같은 표면적인 의미와, (1)의 배경이 되는 지식과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파악할 수 있다. 즉, 언어 지식에 의하여 발화에서 영이는 일등이 아니라는 명제를 이끌어 내고, 화자와 청자가 공동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언어 밖의 지식과, 화자와 청자가 지니고 있는 추리 규칙에 의하여 철수가 일등이라는 명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자와 청자가 공동의 지식이 없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2) A : 철수가 영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B : 철수는 어려서 개미를 가지고 놀곤 하였지.


(2)의 경우, B가 A와 관련된다고 생각하지만 공동지식이 없다면, 이 B의 발화를 들은 A는 어떤 전제를 추리하게 된다. 철수가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영이를 좋아하는 것이 이상한 취미라면 영이는 어딘가 개미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선행 발화에 대해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동의 지식은 아니지만 예상되는 전제와 함께 화자가 한 말에서 청자가 끌어내는 화용상의 암시가 대화상의 암시가 되는 것이다. 곧 언뜻 듣기에는 관련이 없는 발화문이 관련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 갖는 화용상의 암시를 ㉠대화상의 암시라고 한다.


언어 지식에서 얻는 문장의 의미 해석 외에 한 발화는 다음과 같은 화용상의 암시를 갖는다. 선행 발화문과 관련시키는 데 필요한 공동 지식을 바탕으로 한 화용상의 암시, 공동의 지식은 아니지만 두 말을 결합하는 데 필요한 전제, 이 전제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화상의 암시가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화용상의 암시는 일반적인 언어 지식과 언어 밖의 지식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가 남과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에 언어 지식과 언어 밖의 지식을 갈라놓을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 왕문용, 「국어와 의사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