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06 (36)

독서/독서이론・언어

소수 언어 보존의 필요성(2006, 수능)

언어는 배우는 아이들이 있어야 지속된다. 그러므로 ㉠성인들만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의 운명은 어느 정도 정해진 셈이다. 언어학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추리하여 인류 역사에 드리워진 비극에 대해 경고한다. 한 언어학자는 현존하는 북미 인디언 언어의 약 80%인 150개 정도가 빈사 상태에 있다고 추정한다.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북부에서는 기존 언어의 90%인 40개 언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는 23%인 160개 언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90%인 225개 언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기존 언어의 50%인 대략 3,000개의 언어들이 소멸해 가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는 약 600개의 언어들은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 있지만, ㉡세계 언어 수의 90%에 달하는 그 밖의 언어는 ..

독서/과학

과학사의 그늘 - 화성의 운하(2006, 수능)

1894년, 화성에 고도로 진화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화성의 지도들에 나타난, ‘운하’라고 불리던 복잡하게 얽힌 선들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화성의 ‘운하’는 1878년에 처음 보고된 뒤 거의 30년간 여러 화성 지도에 계속해서 나타났다. 존재하지도 않는 화성의 ‘운하’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19세기 후반에 망원경 관측을 바탕으로 한 화성의 지도가 많이 제작되었다. 특히 1877년 9월은 지구가 화성과 태양에 동시에 가까워지는 시기여서 화성의 표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보였다.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그린은 대기가 청명한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섬으로 가서 13인치 반사 망원경을 사용해서 화성을 보이는 ..

독서/예술

대중 매체에 대한 예술의 태도(2006, 수능)

많은 미술가들은 대중 매체를 조작이나 선전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불신하며, 대중문화를 천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해 왔다. 예를 들어 샌들은 ㉠「자유를 위한 힘찬 일격」이라는 조각 작품에서 힘찬 몸짓으로 텔레비전을 부수고 있는 인물을 형상화하여 대중 매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그저 전면적인 비난과 거부로는 대중 매체의 부정적 측면을 폭로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 작품만으로 작가가 왜 그처럼 분개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텔레비전 수상기 몇 대가 부수어진들 대중 매체에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기에, 이 힘찬 조각은 오히려 무력해 보이기도 한다. 대중 매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소위 ㉡‘근본주의 회화’에..

독서/인문

인식론에서 본 지식의 유형(2006, 수능)

지식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인 인식론은 흔히 지식의 유형을 나누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식의 유형은 ‘안다’는 말의 다양한 용례들이 보여 주는 의미 차이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예컨대 ‘그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와 ‘그는 이 사과가 둥글다는 것을 안다’에서 ‘안다’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전자의 ‘안다’는 능력의 소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절차적 지식’이라고 부르고, 후자의 ‘안다’는 정보의 소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표상적 지식’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자전거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며, 자전거를 탈 줄 알기 위해서 반드시 자전거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정보 없이 그저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하는 과정을 거..

독서/사회

산업 분류 체계의 종류와 의의(2006, 수능)

일찍이 경제학자 클라크는 산업을 자연으로부터 원료를 채취하거나 생산하는가, 그 원료를 가공하는가, 가공된 원료를 유통하는가에 따라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가령,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 정보 통신 산업은 어디에 속할까? 이처럼 기술이 진보하고 산업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분류 기준이 필요해졌고, 실제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먼저, 국가에서 제정한 표준산업분류가 있다. 이 분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재화 또는 서비스의 특성이 얼마나 유사한지, 생산자의 관점에서 투입물이나 산출물의 물리적 구성 및 가공 단계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모두 고려하여 작성된 것으로, 이 기준으로 분류된..

독서/사회

제3자 효과(2006, 수능)

제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의 한 전투에서 일본군은 미군 흑인 병사들에게 자신들은 유색인과 전쟁할 의도가 없으니 투항하라고 선전하였다. 이 선전물을 본 백인 장교들은 그것이 흑인 병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급하게 부대를 철수시켰다. 사회학자인 데이비슨은 이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대중 매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제3자 효과(third-person effect)’ 이론을 발표하였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이 대중 매체의 영향력을 차별적으로 인식한다는 데에 있다. 곧 사람들은 수용자의 의견과 행동에 미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리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 때 어떤 후보에게 탈세 의혹이 있다는 신문 보도를 보았다고 하..

독서/기술

인공 광합성과 색소 증감형 태양전지(2006, 고3, 10월)

날씨가 좋은 날 태양의 빛은 1제곱미터당 약 1킬로와트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태양전지는 이렇게 풍부하면서도 거의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개발된 기기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주재료인 실리콘을 가공하는 데 매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고가의 기기에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제조 비용이 적게 드는 산화티탄을 광촉매로 이용한 태양전지가 개발되었지만, 산화티탄은 발전(發電)에 이용될 수 있는 빛의 파장이 약 400나노미터 이하의 자외선대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자외선은 지구상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약 4~5%밖에 안 되는 아주 적은 양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공 광합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개발된 ..

독서/인문

자유로부터의 도피(2006, 고3, 10월)

근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은 신분 질서 등과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 ‘개인’, ‘자유’ 등의 관념을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새롭게 얻게 된 이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엇에로의 자유’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근대 이전까지는 자신의 신분에 맞는 삶을 영위하면서 나름대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던 인간들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세계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용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조차도 적대적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유는 얻었지만 그로 인한 불안감과 고독감은 더욱 증대된 것이다. 근대 이후 인간들은 이러한 불안과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복종을 전제로 하는 권위주의적인 양태이다. 이는 개인적 자아의 독립을 포기하고 자기..

독서/독서이론・언어

조사의 기능과 용법(2006, 고3, 10월)

국어는 문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인 조사가 풍부하게 발달한 언어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사의 기능이나 용법을 규명하는 일은 국어의 문법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가) 영수가 삼국지를 읽었다.(나) 영수가 삼국지는 읽었다.(다) 염소와 말이 풀을 먹었다. (가)의 ‘삼국지’에는 ‘를’이 붙어 있는데, ‘를’은 ‘삼국지’가 이 문장의 목적어임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하지만 (나)의 ‘삼국지’ 뒤에 붙은 ‘는’은 ‘삼국지’가 목적어임을 표시하는 기능 없이 의미만을 더해 주는 기능을 한다. 즉, (나)는 ‘영수가 삼국지가 아닌 다른 책은 읽지 않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조사는 체언에 붙어 다른 말과의 관계를 표시하거나 어떤 뜻을 더해 주는 기능을 하는데, 전자를 격조사라 하고 후자를..

독서/과학

기억 정보가 뇌에 저장되는 방식(2006, 고3, 10월)

많은 학자들이 뇌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뇌는 좀처럼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인간의 뇌가 외부에서 받아들인 기억 정보를 어떻게, 어디에 저장하는지 알아낸다면 뇌의 비밀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기억 정보가 뇌에 저장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최근 많은 학설이 나왔지만, 그 중 ㉠뉴런(신경세포) 간 연결 구조인 시냅스의 물리⋅화학적 변화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학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뉴런 1개당 수천 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시냅스는 신호를 발생시키는 시냅스 전(前) 뉴런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시냅스 후(後) 뉴런, 그리고 두 뉴런 사이의 좁은 간격, 곧 20~50나노미터 정도 벌어진 시냅스 틈으로 구성된다...

독서/사회

죄수의 딜레마(2006, 고3, 10월)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은 병행할 수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고전 경제학에서는, 각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여기에서 ‘합리성’이란 여러 가지 가능한 대안 가운데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한다는 의미의 경제적 합리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각 개인이 최대한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면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어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의 주장이다. 그러나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사회적인 합리성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는,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도록 격리된 두 용의자가 각각 개인 수준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내린 선택이, 오히려 집합적..

독서/예술

20세기 예술가들이 발견한 재료의 가치와 풍요로움(2006, 고3, 10월)

20세기 예술가들은 재료의 가치와 풍요로움을 발견했다. 물론 ㉠이전의 예술가들이 재료로부터 창조적 구성이 나오고, 재료가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재료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재료 그 자체는 아직 미적 질서를 부여받지 않은 상태이며, 미(美)란 재료 위에 하나의 사상, 하나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예술가들은 이런 확신에 반발하면서 재료를 재평가했다. 그들은 기존의 조형 예술의 틀을 포기하고, 아직 발견되지 않고 손상되지 않은 신선함을 지닌 재료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작품의 밑바탕으로만 여겨졌던 재료는 그 자체가..

독서/인문

임진왜란 때 의병의 봉기 원인(2006, 9월모평)

한국사 연구에서 임진왜란만큼 성과가 축적되어 있는 연구 주제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편향적이었다. 즉, 온 민족이 일치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만 제시되면서, 그 이면의 다양한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의병의 봉기 원인은 새롭게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종래에는 의병이 봉기한 이유를 주로 유교 이념에서 비롯된 ‘임금에 대한 충성’의 측면에서 해석해 왔다. ⓐ실제로 의병들을 모으기 위해 의병장이 띄운 격문(檄文)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해석이 일면 타당하다. 의병장은 거의가 전직 관료나 유생 등 유교 이념을 깊이 체득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의병장이 의병을 일으킨 동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일반 백성들이 의병에 가담..

독서/예술

예술의 개념(2006, 9월모평)

예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발레 ‘백조의 호수’ 같은 것이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물론 이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이 이것들 모두를 예술 작품으로 특징짓는 속성, 곧 예술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라면 그 대답은 무엇이 될까? 사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어떤 그룹에 속한 것들 모두에게 공통되는 속성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대체 이들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근거가 무엇이겠는가. 예술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러한 가정 하에서 전개되었다. 그래서 예술은 곧 모방이라는 서양의 전통적 시각이나, 예술은 감정의 표현이라는 주장, 또 예술은 형식이라는 주장까지 모두 예술의 본질에 대한 답변으로 간주..

독서/사회

후(後) 채택 이론에 근거한 정보 격차 양상의 파악(2006, 9월모평)

자본주의 사회에 빈부 격차가 있듯이 디지털 정보사회에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격차가 있다. 디지털 매체의 도입 초기에는 ⓐ매체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정보 격차가 곧 사라질 것으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하였다. 물론 정보 격차에 관한 비판적 관점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매체 접근의 차이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보 격차는 사회에서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접근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자연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후(後) 채택 이론(post-adoption theory)’에 따르면, 정보 격차는 다차원으로 존재하며 지속된다. 저렴한 디지털 매체의 보급과 함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로 정보 격차를 설명하는 이분법적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