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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사람은 언어에 자신의 의도를 담고, 듣는 사람은 그 언어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알게 된다. 이런 행위가 잘 되었을 때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주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하는 이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말하는 사람이 문법적인 오류를 범했을 때에 일어난다. 


먼저 낱말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상대성 이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어떤 학생들은 ‘상대적 개념’ 운운하며 대답을 시작한다. 상대성 이론은 물리적 현상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말 그대로 ‘상대성’ 이론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남자’라는 낱말에 대해 ‘여자’라는 낱말이 존재한다는 식의 대응 관계를 의미하는 ‘상대적’ 이론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두 개념의 차이를 혼동하여 그만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말하는 이의 의도한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축구장에서 앉을 자리를 찾는 사람은 으레 “여기 자리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이때 질문을 듣는 사람은 심한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그것이 주인 없는 빈 좌석일 때, “자리 있다.”라고 말해야 할지 “자리 없다.”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질문자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물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때로는 듣는 사람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잘못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고민이 있는 친구에게 간혹 “○○에게 상의해 봐.”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 국어에서 ‘상의하다’라는 말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대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말은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기 때문에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의 의견을 수용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방향의 의사 전달만을 의미하는 ‘-에게’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와 상의해 봐.”로 수정해야 한다. 만약에 문법적인 오류를 범한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본래의 의도를 적절하게 이해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없어 의사소통이 곤란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언어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에 낱말의 정확한 개념에 대한 배경 지식을 넓히고,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상대방이 문법적으로 실수를 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 이해심, ‘언어와 논리적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