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도...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음절을 많이 활용한다. ‘이야기-기상대-대리점’으로 이어 가는 끝말잇기 게임이나 ‘불고기 백반’을 ‘불백’이라고 하는 것 등은 모두 음절을 바탕으로 한다. 음절은 시에서 운을 맞추거나 랩에서 리듬을 맞출 때에 활용되기도 한다.


사람의 말소리는 물리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나, 우리는 이것을 음소, 음절 등으로 분절하여 인식한다. 음절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기 위해, 이웃한 자음과 모음의 개구도(開口度, 입의 벌림 정도)를 비교하는 소쉬르의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이 방법에 따라 국어 말소리의 개구도를 7단계로 나누면, 폐쇄음(ㄱ, ㄷ, ㅂ 등)은 0도, 마찰음(ㅅ, ㅆ, ㅎ)과 파찰음(ㅈ, ㅉ, ㅊ)은 1도, 비음(ㅁ, ㄴ, ㅇ[ŋ])은 2도, 유음(ㄹ)은 3도, 고모음(ㅣ, ㅟ, ㅡ, ㅜ)은 4도, 중모음(ㅔ, ㅚ, ㅓ, ㅗ)은 5도, 저모음(ㅐ, ㅏ)은 6도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인접한 두 말소리의 개구도를 비교하여, 뒤쪽이 크면 ‘<’로, 뒤쪽이 작으면 ‘>’로 부등호를 매겨 나가되, 마지막 말소리는 ‘>’로 닫는다. ‘동대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말소리

ㄷ 

ㅗ 

ㅇ 

ㄷ 

ㅐ 

ㅁ 

ㅜ 

 ㄴ

 개구도

 부등호


이러한 부등호 배열에서 ‘><’ 모양을 갖는 두 부등호 사이가 음절 경계가 된다. 이 경계를 중심으로 음절을 나누면, ‘ㄷㅗㅇㄷㅐㅁㅜㄴ’이 ‘동-대-문’으로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절에서 개구도가 가장 큰 말소리가 음절의 핵이 된다. 국어에서 음절의 핵은 언제나 모음이고, 그 앞과 뒤에 자음이 하나씩 올 수도 있으므로, 국어의 음절 구조는 ‘(자음)+모음+(자음)’이 된다. 이러한 음절 구조에서 각 위치에 올 수 있는 자음과 모음은 제한되기도 한다. 음절 초에는 ‘ㅇ[ŋ]’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음이 올 수 있지만, 음절 말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ŋ]’ 7개의 자음밖에 올 수 없다. 그리고 음절 초 자음이 ‘ㅈ, ㅉ, ㅊ’이면 모음 ‘ㅑ, ㅕ, ㅛ, ㅠ’가 오지 못한다.


국어의 음절에는 모음이 하나씩 있으므로 모음의 수가 곧 음절의 수라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이 모든 언어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와 같이 [n]이나 [l] 같은 자음이 음절의 핵이 되는 언어도 있기 때문이다. 음절 구조가 다른 두 언어가 접촉하면 음절의 수나 구조에 변동이 오기도 한다. 영어에서 1음절인 [spriŋ]이 국어에 오면 3음절의 ‘스프링’이 된다. 이런 점에서 발음의 최소 단위인 음절의 구조는 해당 언어의 발음을 지배하는 기본 골격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