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드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언어학자들은 언어를 진화하고 변화하는 대상으로 보고, 언어학이 역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언어가 역사적으로 발달해 온 방식을 어느 정도 고찰하지 않고서는 그 언어를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는 파울의 말로 대변된다.


이러한 경향에 반해 소쉬르는 언어가 역사적인 산물이더라도 변화 이전과 변화 이후를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언어는 구성 요소의 순간 상태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규정될 수 없는 가치 체계이므로, 그 자체로서의 가치 체계와 변화에 따른 가치를 구별하지 않고서는 언어를 정확하게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자는 하나의 상태 앞에 있을 뿐이며, 화자에게는 시간 속에 위치한 현상의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시기의 언어 상태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그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무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소쉬르에 따르면, 공시태는 위 그림에서 가로축에 해당한다. 공시태는 공존하는 사항 간의 관계를 말하는 동시성의 축이며, 시간의 어떠한 개입도 배제된 정적인 언어 상태이다(A시대, B시대). 통시태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행이다(A시대→B시대). 공시적, 통시적이라는 말은 현상 자체를 말하기도 하고, 언어 현상을 기술하는 언어학자의 방법론이나 관점을 말하기도 한다. 공시적 연구는 언어의 한 상태를 고찰하는 것이고, 통시적 연구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이행을 고찰하는 것이다.


소쉬르의 개념과 방법론은 언어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소쉬르가 공시태를 정적인 상태, 즉 정태와 동일시하였던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논의가 있어 왔다. 언어는 변화하는 것이므로 시간의 개입이 완전히 배제된 정적인 상태라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렵다. 야콥슨은 음운 변이는 변하지 않는 언어 요소들과 같은 자격으로 공시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정태와 공시태를 동의어로 보는 것은 오류라고 하였다. 마르티네도 언어가 변화하지만 기능이 그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어떤 언어의 기능을 기술하려 할 때에도 그 언어가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논의들은 소쉬르가 말한 공시태 개념이 갖는 문제점을 비판하고 수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