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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는 말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이 입으로 발화하는 말소리는 자연계의 소리나 기계의 소리와는 다른 점이 있다. 언어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음과 모음을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음과 모음은 서로 깊은 상관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현대 국어에서 ‘돕다, 덥다’와 같은 말을 활용하면, 즉 어간에 ‘-어/아’를 붙이면 각각 ‘도와, 더워’와 같이 된다. 한국어로 강아지 짖는 소리는 ‘멍멍’인데 이 말은 ‘멍+멍’이다. 영어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여 ‘bow’를 두 번 써서 나타낸다. 그렇다면 ‘bowbow’가 되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bowwow’이다. ‘b’가 우리말의 ‘우’와 비슷한 ‘w’로 바뀌었다. 영어에서 이가 흔들리는 것을 ‘wobble’과 같은 말로 표현하는데, 젖니가 빠질 때의 영어권 아이들은 그것을 종종 ‘bobble’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는 ‘w’가 ‘b’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예는 한국어와 영어뿐만이 아니라 많은 언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입술소리가 ‘ㅜ’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들 자음이 ‘ㅜ’와 같은 구성 원소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ㅂ’과 같은 소리가 다른 소리로 바뀐다면 그것은 ‘우’[w]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리말에 구개음화라는 것이 있다. ‘굳이, 같이’ 등과 같은 말의 발음이 [ㄷ]이나 [ㅌ]으로 발음되지 않고 [ㅈ]이나 [ㅊ]으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구개음화는 항상 ‘ㅣ’ 모음이나 ‘ㅑ’나 ‘ㅕ’와 같이 ‘ㅣ’ 모음이 포함된 ‘ㅣ’ 계열 이중 모음이 있을 때 ㉠일어난다. 즉, ‘굳어, 같아’와 같은 경우에는 그대로 [ㄷ]과 [ㅌ]으로 발음된다. 그리고 ‘strike’와 같은 외래어나 외국어를 들을 때, ‘s’와 ‘t’ 사이, ‘t’와 ‘r’ 사이, 그리고 마지막 ‘k’ 다음에 마치 ‘ㅡ’가 있는 것처럼 들리거나, 한글로 표기할 때 ‘스트라이크’와 같이 ‘ㅡ’를 넣어서 쓴다. 이는 ‘ㅡ’ 모음은 음성학적인 면에서 아무런 특징을 가지지 않은 모음이기 때문이다. 즉, ‘ㅡ’는 마치 투명한 유리와 같아서 다른 색깔의 소리와 만나게 되면 자신은 사라지고 전적으로 다른 소리의 색깔을 그대로 비춰 준다. 이런 이유로 ‘크(다), 뜨(다)’와 같이 ‘ㅡ’ 모음으로 끝난 말 다음에 ‘-아서/어서’와 같은 말이 결합하면 ‘커서, 떠서’ 등과 같이 발음된다. 그러나 ‘sponge, lunch’ 등과 같은 경우에는 ‘ㅡ’ 모음이 아닌 ‘ㅣ’ 모음을 사용하여 [스펀지], [런치] 등과 같이 발음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구개음과 ‘ㅣ’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은 구개음 안에 ‘ㅣ’라는 구성 원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즉, 구개음화의 경우에는 ‘ㄷ, ㅌ’이 ‘ㅣ’ 모음을 받아들여 ‘ㅈ, ㅊ’으로 변하고, 외래어 발음의 경우에는 구개음 안에 들어 있는 ‘ㅣ’가 밖으로 나와 모음으로 실현된 것이다. 


― 허용, 「말소리의 특징과 우리말 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