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소는 의미를 가지는 언어 단위 중 가장 작은 단위이다. 여기서 ‘가장 작다’라는 말은 더 이상 쪼개면 그 의미가 없어지는, 따라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크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의미를 가지는 단위’라고 할 때의 ‘의미’에는 어떤 문법적 기능을 수행하는가 하는 문법적 의미까지도 포함된다. 


형태소에는 독립적으로 단어가 될 수 있는 자립 형태소가 있는 반면, 반드시 다른 형태소와 결합하여야만 단어가 되는 의존 형태소도 있다. 즉, ‘흙’, ‘나무’ 등은 독립적으로 단어가 될 수 있는 형태소이지만, ‘읽어라’의 ‘읽-’은 ‘읽으니, 읽고, 읽게’처럼 반드시 다른 형태소와 결합하여야만 문장에 쓰일 수도 있고 단어 행세도 할 수 있는 형태소이다.


그래서 단어는 대체로 자립 형식이어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자립 형식이란 다른 요소와의 결합 없이 문장에 나타날 수 있는 언어 형식을 가리킨다. 단어는 자립 형태소와 비슷하지만 ‘의미를 가지는 최소 단위’라는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립 형식 중에서 가장 작은 단위가 된다. 흔히 단어를 최소의 자립 형식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의 자립 형식이라는 조건만으로 단어를 다 규정짓기는 어렵다. 어떤 언어 형식이 단어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학자에 따라서는 어절을 단어로 보기도 하며 더 분석된 단위를 단어로 취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시경 등의 초기 문법가들은 ‘철수가 책을 읽었다.’를 ‘철수, 가, 책, 을, 읽, 었다’의 여섯 개의 단어로 짜여진 것으로 보았지만, 최현배 등 한글 맞춤법 제정에 참여하였던 학자들은 ‘철수, 가, 책, 을, 읽었다’의 다섯으로 보았다. ‘-었-’과 같은 의존 형태소가 ‘읽-’과 같이 자립성이 없는 말에 붙을 때에는 단어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숭녕 등의 역사 문법가들은 ‘철수가, 책을, 읽었다’의 셋으로 나누었다. 


역사 문법가들은 의존 형태소인 ‘가, 를’을 단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시경이나 최현배 등의 학자들은 단어로 인정한 것이다. ‘가, 를’이 ‘읽었다’에서의 ‘-었다’처럼 실질 형태소에 붙는다는 점에 근거한다면 단어의 자격이 없다고 하겠으나 결합 대상인 실질 형태소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중시하여 단어로 처리한 것이다. 곧 ‘가, 를’이 붙는 말은 자립 형태소인데 반하여 ‘-었다’가 붙는 말은 의존 형태소이다. ‘읽-’은 ‘-었다’와 결합하여야만 자립성을 발휘할 수 있으나 ‘철수, 책’은 그 자체로도 자립성이 있다. 따라서 ‘가, 를’은 의존 형태소이지만 앞의 말과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성은 ‘가, 를’ 앞에 다른 단어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점에 의해서도 분명해진다. ‘철수가 책만을 읽었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책’과 ‘을’ 사이에 다른 단어인 ‘만’이 들어갈 수 있다. 즉, ‘책’과 ‘을’은 분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책상’과 같은 경우는 ‘책’과 ‘상’ 사이에 다른 단어가 들어갈 수 없다. 단어는 그 내부에 다른 단어가 들어갈 수 있는 분리성을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단어는 그 내부에서는 분리성이 없지만 다른 단어와의 경계에서는 분리성이 있는 언어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이익섭, ‘국어학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