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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화’란 우리가 접하는 사물, 개념, 현상을 분류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대상들 가운데 특정한 대상들을 ‘나무’로 묶어 이해한다. 어떤 것을 ‘나무’라는 이름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그것이 ‘풀’이나 ‘돌’과는 다름을 아는 것이며, 모양이나 특성이 다른 낱낱의 수많은 나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범주화하는 능력이 ⓐ 없다면 새로운 존재를 접할 때마다 모든 정보를 새롭게 파악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지적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주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에 대한 견해로 우선 고전적 범주화 이론을 들 수 있다. 고전적 범주화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범주는 해당 범주를 정의 하는 필요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결정된다고 ⓑ 본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사각형’이라는 범주의 필요충분 속성을 [네 개의 변], [폐쇄 도형], [평면 도형]으로 보았다. 모든 사각형 은 이 세 가지 속성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역으로 이 세 가지 속성을 가지면 모두 사각형으로 범주화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사각형으로 범주화된 것은 삼각형이나 오각 형이라는 범주와 그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범주 내의 사각형은 모두 대등한 가치를 지녀 더 그럴듯하거나 덜 그럴듯한 사각형의 구별이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개별 대상은 필요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범주화되지는 않으며, 범주의 구성원들은 일부 속성만 공유한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를 ‘가족 유사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예컨대 ‘나, 동생, 아버지’로 ⓒ 이루어진 가족이 있다고 하자. ‘나’는 ‘아버지’와 부분적으로 닮고, ‘동생’도 ‘아버지’와 부분적으로 닮았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닮은 점이 없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구성원 전체가 모든 속성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심리학자인 로쉬 등은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를 바탕으로원형 범주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떤 대상의 범주는 그것이 해당 범주의 원형과 얼마나 많은 속성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원형은 어떤 범주에 대해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표상 * 으로, 어떤 대상이 해당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는 속성들의 추상적 집합체이다. 기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대상이 ⓓ 나타날 경우, 그 대상의 속성으로부터 새로운 범주의 원형이 만들어지며, 범주의 구성원들이 계속 추가되면 원형이 ⓔ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배추, 양파, 마늘, 고추, 토마토’ 등을 ‘채소’로 범주화한다는 것은, 각 채소들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원형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원형과 많은 속성을 공유하는 ‘배추’나 ‘양파’ 같은 것은 전형적인 ‘채소’로 평가되는 반면, 적은 속성을 공유하는 ‘고추’나 ‘토마토’는 덜 전형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 판단 기준이 되는 원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토마토’ 같은 것은 ‘채소’뿐 아니라 ‘과일’로 범주화될 수도 있다.


* 표상 : 외부 세계의 대상을 마음속에 나타내는 것.



― 이정모 외, 「인지 심리학」







16. 윗글의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범주화하지 않고서는 대상을 기억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② 대상을 범주화했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③ 새로운 대상을 범주화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④ 범주화하여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 부담을 줄여준다.[각주:1]

⑤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세계를 범주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7. <보기>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이 보일 만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필요충분 속성을 [동물], [두 다리]로 보았다.

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대상은 일정한 필요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범주화할 수 있어.

② [두 다리]는 ‘인간’의 구성원들이 모두 공유하는 속성이 아니므로 [동물]만이 필요충분 속성이야.

③ ‘인간’을 좀 더 분명하게 범주화하기 위해서는 [동물], [두 다리] 이외에 필요한 속성을 추가해야 해.

④ 범주는 필요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결정되지 않으므로 ‘인간’을 [동물], [두 다리]의 집합으로 범주화할 수는 없어.[각주:2]

⑤ ‘인간’이기 위해서는 [동물], [두 다리]라는 속성을 지녀야 하며, 이 두 가지 속성은 ‘인간’을 정의하기에 충분해.



18. ㉠의 관점에서 <보기>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 보 기 > 라보프는 높이와 너비가 다른 여러 개의 ‘그릇’을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그것이 ‘컵’인지, ‘접시’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컵’과 ‘접시’의 구분 지점은 사람들마다 차이를 보였다. 이후 맥클로스키는 동일한 실험을 시차를 두고 진행한 결과, 한 개인 내에서도 구분 지점이 변화함을 확인하였다.

① ‘컵’과 ‘접시’의 구분 지점은 사람들마다 다르므로 ‘컵’이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각주:3]

② 마음속의 원형이 달라지면 한 개인 내에서도 ‘컵’과 ‘접시’의 구분 지점이 바뀔 수 있다. 

③ ‘컵’으로 분류되는 대상의 구분 지점이 다르다는 것은 범주의 경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함을 의미한다. 

④ 어떤 그릇을 ‘컵’으로 판단했다면 그 그릇이 ‘접시’보다 ‘컵’의 원형과 공유하는 속성이 많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⑤ 사람들 간에 ‘컵’과 ‘접시’의 구분 지점이 다른 것은 원형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사람들마다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1. 이 글에서는, 인간이 범주화하는 능력이 없다면 새로운 존재를 접할 때마다 모든 정보를 새롭게 파악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지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범주화하여 대상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인지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2. 이 글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은 고전적 범주화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범주가 필요충분 속성의 집합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범주의 구성원들은 전 체가 모든 속성을 공유하지 않으며, 단지 부분적인 속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범주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동물]과 [두 다리]라는 필요충분 속성으로 ‘인간’을 범주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본문으로]
  3. <보기>에 제시된 실험은, 한 개인 내에서나 사람들 간에 범주의 구분 지점이 달라, 범주 간의 경계가 불분명함을 증명한 것이다. 원형 범주화 이론 역시 범주의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으므로, 범주 구분 지점이 사람들마다 다르다고 해서 범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