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존 로크, 조지 버클리, 데이비드 흄.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으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17~18세기의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이에 대한 답을 경험에서 찾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의 범주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로크는 경험하기 전에 정신에 내재하는 타고난 관념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만 지식을 ㉠획득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정신은 그 어떤 관념도 없는 백지와 같은 상태인데 경험을 통해 물질에 대한 감각을 지각함으로써 관념이 생긴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관념이 지식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고 과정을 통해 로크는 물질을 지식의 근원으로 여겨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었다. 로크는 물질의 실재(實在)를 ㉡인정하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감각, 관념 등의 사고 과정과 그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의 실재도 인정하였다.


버클리는 로크의 인식 분석이 오히려 물질의 실재를 부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버클리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감각의 다발’일 뿐이라고 했다. 예컨대 우리가 먹는 밥은 우선 시각, 후각, 촉각, 다음에는 미각, 다음에는 체내의 ㉢포만감일 뿐이다. 만일 우리에게 감각이 없다면 우리에게 밥이라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인식하는 밥은 감각의 다발 또는 기억의 다발이므로 정신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실재는 정신만이 남게 된다.


흄은 버클리가 외부의 물질을 부정한 방식을 그대로 우리 내부의 정신에 적용하여 사고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도 부정하였다. 우리는 물질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감각, 기억, 개별적 관념만 지각할 수 있을 뿐이고 사고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을 지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지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흄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을 감각, 기억, 개별적인 관념 등의 영역으로 한정하였다.


흄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과학적 지식마저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과학적 지식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은 개별적 사실로부터 인과 관계나 법칙을 찾아내어 ㉤체계화한 결과이다. 우리는 과학적 추리를 할 때마다 자연이 한결같다는 점을 가정하고 있는데, 그 가정은 경험하지 않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과 관계나 법칙을 지각할 수 없고 다만 경험의 직접적인 대상인 특정 사건과 그런 사건의 연속만을 지각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흄에게 필연성을 갖고 있는 지식은 수학 공식만이 남는다. 수학 공식이 항상 참된 이유는 동어 반복―술어가 이미 주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3×3=9는 3×3과 9가 동일한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 지식이다. 따라서 지식은 수학적 지식과 직접적 경험에 엄격히 한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 윌 듀란트, 『철학 이야기』 







21. 윗글의 표제와 부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지식의 범주–경험주의 철학자들의 견해 차이를 중심으로[각주:1]

② 물질과 정신의 관계–경험주의 철학자 버클리를 중심으로

③ 인과 관계의 필연성–수학과 과학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④ 경험의 의의–경험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⑤ 인식의 과정–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2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로크는 지식의 근원인 물질의 실재를 인정하였다.

② 로크는 감각, 관념 등의 사고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의 실재를 인정하였다.

③ 버클리는 물질에 대한 감각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였다.

④ 버클리는 경험적으로 지각하지 않아도 물질의 실재를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각주:2]

⑤ 흄은 사고 과정을 주관하는 정신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지각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23. [A]를 참고할 때, <보기>의 ㉮에 대한 흄의 견해로 적절한 것은? [3점]

<보기>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 겨울에는 날씨가 추웠다. 자연은 한결같은 것이므로 ㉮겨울이 되면 항상 날씨가 추울 것이다.

① 한결같은 현상이므로 과학적 지식이다.

② 인과 관계로부터 추론한 사건의 연속이다.

③ 알 수 없는 가정으로부터 추론한 결과이다.[각주:3]

④ 관찰과 실험을 통해 얻은 개별적 사실이다.

⑤ 과학적 추리의 대상이므로 인식의 대상이다.

  1. 제시된 글은 근대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인 로크, 버클리, 흄의 지식의 범주에 대한 견해 차이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본문으로]
  2. 로크는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물질의 실재를 인정하였으며, 이를 지각하는 정신의 실재도 인정하였다. 하지만 버클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물질로부터 비롯된 감각뿐이며, 이는 정신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또한 흄은 물질이나 정신 모두 그 실체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다만 감각, 기억, 개별적인 관념만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하였다. [본문으로]
  3. <보기>는 개별적 사실로부터 인과 관계를 찾아내어 체계화한 귀납적 추론이다. 흄에 의하면 이때 추론을 위해 필요한 ‘자연은 한결같’다는 가정은 우리가 경험 할 수 없는 가정이므로 ㉮는 알 수 없는 가정에 의한 결론이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