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유교에서 ‘성인’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순자는 누구나 ㉠ ‘심(心)’을 수양하면 이러한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수양론에는 인간이 이상적 상태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 경주(傾注)해야 하는지가 제시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순자에 따르면 심은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는 ‘도(道)’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즉 심은 인간의 욕망을 다스려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은 불안정하여 외부 사물에 방해를 받아서 ⓑ 편견(偏見)에 빠지기 쉽다. 인간의 심이 편견에 빠지면 도를 제대로 보지 못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순자는 이렇게 심이 올바르게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 ‘폐(蔽)’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심이 폐의 상태가 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어 그를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어긋나게 하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순자는 인간이 수양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순자는 심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허(虛)’, ‘일(壹)’, ‘정(靜)’을 제시하고 있다. ‘허’는 심이 과거의 지식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인간의 심은 기존의 지식에 영향을 받아 편견이 생기고 공정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심이 허의 상태에 이르게 되면, 편견 없이 새로운 것을 수용하여 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일’은 심이 여러 가지 사물의 차이를 구별하는 가운데, 유기적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심이 일의 상태에 이르게 되면, 여러 가지 사물을 서로 ⓒ 혼동(混同)하지 않고 도에 집중하게 되어 도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정’은 심이 고요함을 간직하여 평정을 잃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인간의 심은 항상 움직이면서 상상이나 잡념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렇게 되면 심은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심이 정의 상태에 이르게 되면, 고요함을 유지하여 도를 정확하게 보게 되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심은 ‘허일정’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고 도를 ⓓ인식(認識)하여 사태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순자는 이와 같은 이상적 상태를 ‘대청명(大淸明)’이라 부르고 이에 도달한 존재를 성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특별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추었다고 해서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양에 ⓔ 정진(精進)할 때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의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 (출전) 윤지원, 「순자의 수양론 연구」

 

 

 

 

18. 윗글의 ‘순자’와 <보기>의 ‘장자’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장자는 ‘도(道)’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허일정’을 제시하였다. 그는 허일정을 심(心)을 비우고, 심을 한 곳에 집중하게 하며, 고요함의 상태에서 외적 사물에 동요되지 않고 심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허일정을 욕망, 지식 등과 같은 방해 요소들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처럼 장자는 날마다 덜어냄을 통해 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① 순자와 장자는 모두 ‘허일정’을 ‘심’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군.

② 순자와 장자는 모두 ‘도’에 이르는 방법으로 ‘허일정’을 제시하고 있군.

③ ‘심’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순자와 장자 모두에게서 확인할 수 있군.

④ 순자는 욕망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았고, 장자는 욕망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군.

⑤ 순자와 장자는 기존 지식을 비운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채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군.[각주:1]

  1. 3문단에서 순자의 허 개념을 심이 ‘과거의 지식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순자가 기존 지식을 비운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