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셸러(Max Scheler, 1874년 ~ 1928년)는 독일의 철학자이다.



칸트는 ‘인간(人間)’이란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도덕 법칙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실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인간성을 ‘인격(人格)’이라 불렀고,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보았다.


셸러는 칸트의 이러한 견해가 인간의 감정은 배제하고 이성만을 강조하였으며, 인간의 개별성을 간과하고 인간을 몰개성적인 존재로 보았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인격 개념을 제시하였다. 셸러는 인간의 감정을 강조하면서 인격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게 하는 감정작용의 통일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셸러의 인격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감정에 관한 셸러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셸러는 가치가 경험 이전에 존재하기 때문에 선험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가치에는 객관적인 위계질서가 있는데 재화, 도구처럼 유용함과 관련된 가치는 낮은 가치이며, 도덕성과 같은 정신적 가치는 높은 가치라고 구분하면서 이러한 가치의 위계질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셸러는 감정에도 객관적인 위계질서가 있으며, 낮은 감정은 그에 대응하는 낮은 가치를, 높은 감정은 높은 가치를 선택한다고 보았다. 인격은 이러한 감정작용을 통해 더 높은 가치를 선택하여 선(善)을 실현할 수도 있고, 또 낮은 가치를 선택하여 악을 실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셸러에 의하면 이처럼 가치의 위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감정이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지만,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처한 내외적 상황에 따라 그러한 선천적 감정의 지향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셸러는 가치 선택의 순간에서 내외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더 높은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 선(善)이고, 이렇게 인간을 선(善)으로 이끄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보았다. 반대로 인간에게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있는데, 셸러는 미움이 인간이 더 높은 가치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미움으로 인해 인간은 가치들 간의 위계를 잘못 파악하는 가치 왜곡에 빠지거나, 더 높은 가치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가치 맹목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셸러는 인간의 감정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인격이 달라지므로 인격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이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성숙한 인격이란 사랑을 통해 항상 보다 높은 가치를 선택하여 선(善)을 실현하는 감정 작용이라 보았다. 따라서 셸러는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감정을 통해 높은 가치를 추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도덕 교육의 토대를 정립했다.


― (출전) 이인제, <셸러의 감정 윤리학>





이해를 돕는 문항


19. 윗글의 셸러의 입장에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영희가 사는 동네에는 A와 B, 두 개의 커피 전문점이 있다. A는 영희의 집에서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생산된 원두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 다. B는 A보다 거리도 멀고 가격도 비싸지만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수입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영희는 최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① 영희가 커피 전문점 A에서 커피를 구입한다면 영희는 낮은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겠군.

② 영희가 비싼 가격에 상관없이 커피 전문점 B를 선택한다면, ‘선(善)’을 실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③ 영희가 커피 전문점 A를 선택하는 것도, B를 선택하는 것도 모두 ‘인격’의 감정작용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④ 영희가 고민 없이 커피 전문점 B가 아닌 A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가치를 파악하는 ‘감정’이 선천적으로 없기 때문이겠군.[각주:1]

⑤ 영희가 갈등을 하지 않고 커피 전문점 A가 아닌 B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높은 감정’이 이끈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군.

  1. 셸러는 가치를 지향하는 감정이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영희가 A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 가치를 파악하는 감정이 선천적으로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셸러의 입장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