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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학은 논증에서 전제들로부터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학문이다. 논리학을 학문으로 체계화한 사람은 기원전 3세기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논증의 일반적인 원리를 연구함으로써 논증의 타당성을 검토하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언 문장으로 이루어진 연역 논증을 중심으로 논리학을 연구하였는데, 이러한 논리학을 ⓐ 전통 논리학이라 부른다. 연역 논증은 결론이 이미 전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반드시 참이 되는 형식의 논증을 말한다. 그리고 정언 문장이란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문장 중에서 ‘주어-술어’로 이루어진 다음 네 가지 형식의 문장을 말한다.


∙ 모든 A는 B이다.           ∙ 어떤 A는 B이다.

∙ 모든 A는 B가 아니다.    ∙ 어떤 A는 B가 아니다.


(1)은 연역 논증의 하나로 세 개의 정언 문장으로 구성된 정언 삼단 논증의 예이다.



(1)에서 결론의 주어가 되는 개념인 ‘사람’을 소명사(S), 결론의 술어가 되는 개념인 ‘남자’를 대명사(P)라 하며, ‘아버지’와 같이 전제에만 있으면서 전제들을 엮을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중명사(M)라 한다. 만약 술어가 ‘걷는다’와 같이 동사인 경우에는 ‘걷는 존재’와 같은 명사(名辭)* 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대명사가 포함된 전제를 대전제, 소명사가 포함된 전제를 소전제라 한다. 이를 사용하여 (1)을 형식화하면 (2)와 같다.



정언 삼단 논증에서 중명사(M)는 전제들 사이에서 소명사 (S)와 대명사(P)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만약 전제에 중명사가 없으면 소명사와 대명사를 연결시킬 수 없으므로 논증을 구성할 수 없다. (2)에서 결론의 [S]-[P]는 배열이 고정되어 있지만, 전제의 ‘M, P, S’는 배열이 자유롭기 때문에 ‘M, P, S’를 조합해서 ㉠ 정언 삼단 논증의 네 가지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언 삼단 논증의 제1격에서부터 제4격이라고 명명하였다. 이와 같이 정언 문장을 대명사, 중명사, 소명사로 분석한 전통 논리학을 명사 단위의 논리학이라 한다.


그런데 (3)은 정언 삼단 논증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언 삼단 논증의 유형에서 벗어나 있다.



<전제1>은 ‘비가 온다.’와 ‘소풍은 취소된다.’의 두 문장이 결합된 것이다. <전제2>는 <전제1>을 구성하고 있는 문장 중 하나이며, <결론>은 <전제1>을 구성하고 있는 나머지 문장이다. 따라서 정언 문장만을 대상으로 한 전통 논리학으로는 이 논증의 타당성을 분석할 수 없다.


20세기 독일의 논리학자 프레게는 소명사, 대명사, 중명사를 중심으로 논증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정언 삼단 논증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명제를 단위로 논증을 분석하는 ⓑ 명제 논리학을 제안하였다. 명제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문장이다. 전통 논리학에서는 정언 문장을 명사 단위로 나누어서 분석하였지만, 명제 논리학에서는 명제 자체를 논증의 기본 단위로 삼 았다. 그리고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명제를 단순 명제라 하 여 ‘p, q, r’ 등의 기호로 표시하고, 단순 명제에 논리적 연결사인 ‘∨(또는)’, ‘∧(그리고)’, ‘→ (만약 …이면 …이다)’, ‘∼ (…가 아니다)’ 등을 사용하여 복합 명제를 만들었다.


가령 (3)의 <전제1>은 ‘비가 온다.’와 ‘소풍은 취소된다.’의 두 개의 단순 명제가 연결된 복합 명제로, 각각의 단순 명제를 ‘p’와 ‘q’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단순 명제 ‘p’와 ‘q’는 ‘만 약 …이면 …이다.’에 해당하는 논리적 연결사 ‘→’를 사용하여 ‘p → q’와 같은 복합 명제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3)을 기호화하여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언 문장에서 명사들 간의 관계에 의존하여 논증의 타당성을 설명하였지만, 명제 논리학에서는 명제들의 진릿값과 논리적 연결사에 의존하여 논증의 타당성을 평가했다. 가령, ‘p∨q’는 ‘p’와 ‘q’ 중 하나라도 참이면 참이 되지만, ‘p∧q’ 는 ‘p’와 ‘q’ 모두 참일 때에만 참이 된다. 또한 ‘p →q’는 ‘p’와 ‘q’가 모두 참인 경우에는 참이지만, ‘p’가 참이고 ‘q’가 거짓인 경우에는 거짓이 된다. 따라서 복합 명제의 진릿값은 단순 명제의 진릿값과 논리적 연결사에 의존한다. (4′)는 <전제2>가 <전제1>의 선행 조건인 p를 긍정함으로써 <결론>인 q가 성립된다고 주장하는 논증인데, 이러한 형식을 ㉡전건 긍정이라 한다.


명제 논리학은 정언 문장만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전통 논리학에서 다루지 못하는 문장들까지 논증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논증의 모든 요소를 기호화하여 ㉢ 명제 논리학은 자연 언어를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후 명제 논리학은 술어 논리학으로 발전되었는데, 술어 논리학은 술어 기호를 사용하여 명제 논리학에서 다루지 못한 명제 내의 논리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논리학의 범위를 한층 더 확대시켰다.


* 명사(名辭) : 하나의 개념을 언어로 나타내며 명제를 구성하는 데에 요소가 되는 말.



― 박병철, 『쉽게 읽는 언어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