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어 루트비히 비젠그룬트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 - 1969)는 독일의 사회학자, 철학자, 피아니스트, 음악학자 그리고 작곡가였다. 그는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더불어 프랑크푸르트 학파 혹은 비판이론의 1세대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속하는 학자로는 이외에도 발터 벤야민,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등이 있으며 위르겐 하버마스는 2세대 학자이다. (출처, http://blog.daum.net/enature/15854995)

 

 

계몽주의자들은 이성에 의해 인간이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났으며, 인간의 역사는 이성을 통해 문명의 발전과 진보를 추구해 왔다고 보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아도르노는 이러한 인간의 역사가 자연에 대한 지배의 역사라고 규정하고, 나아가 인류가 전체주의의 폭력과 같은 야만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아도르노는 계몽주의자들이 신화를 비이성적인 것으로, 계몽을 이성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인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즉 신화에도 이성적인 면이 있으며, 계몽에도 비이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그는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는 과정에 주목하여 ㉠ ‘신화는 이미 계몽이었다.’라고 선언한다. 그에 따르면 원래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뒤엉켜 있는 상태였으며, 인간에게 천둥, 번개와 같은 자연은 미지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는 인간이 이러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 냈으며, 신화에는 신화적 힘, 예언 등과 같은 운명적 필연성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나타나 있다고 여겼다. 그는 신화에 나타난 이러한 노력을 계몽주의자들이 말하는 이성으로 보았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이 신화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아도르노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과정에 주목하여 ㉡ ‘계몽은 다시 신화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아도르노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고 근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이성이 자연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 발달한 과학적 지식과 수학이 보편적이고 당위적인 것이 됨으로써 지배와 복종의 작동 방식이 만들어졌으며, 이로 인해 사회·정치, 심리·문화 등 다양한 맥락에서 폭력과 고통의 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다시 말해, 마치 신화적 힘이나 예언 등이 인간에게 숙명적인 필연성으로 강요되었던 것처럼, 이성의 힘이 당위적인 질서를 만들어 인간을 억압한다고 본 것이다. 결국 아도르노는 계몽주의자들이 중시하는 이성에 그들이 몰아내고자 했던 비이성적인 면모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아도르노는 이처럼 인간의 이성이 비이성적인 면을 드러낸 이유가, 인간의 이성에 내재된 동일성 사고에 있음을 밝힌다. 동일성 사고는 주체가 자신의 개념적 틀에 대상을 끌어들이는 과정을 통해 그 대상을 파악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여러 개의 사과가 있을 때 색깔과 크기, 모양 등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성 사고에 의해 이것들을 모두 ‘사과’라는 하나의 개념의 틀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근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동일성 사고에 의해, 알려진 것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든 대상은 고유의 질적 측면을 잃어버린 채, 계산 가능한 형태로만 측정되어 숫자로 환원된다고 보았다. 또한 이로 인해 서로 질적으로 다른 것들이 쉽게 교환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가령 두 노동자가 동일한 노동 시간을 들여 만든 각각의 상품이 교환 관계가 성립되었다면, 그 과정에서 두 물건이 노동의 질은 무시된 채 노동 시간의 양으로만 환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도르노는 이러한 동일성 사고가 내재된 이성이, 자연은 물론 인간과 인간의 본성까지 계량화하여 지배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도르노는 이와 같은 ⓐ 동일성 사고에 지배받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적 사회 질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동일성 사고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의 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아도르노는 동일성 사고를 긍정하는 헤겔의 동일성 철학을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반성의 사유 방식을 제안한다. 아도르노는 헤겔의 동일성 철학의 핵심 개념인 ‘보편자’와 ‘특수자’를 각각 ‘동일성’과 ‘비동일성’으로 보았다. 즉 동일성 사고에 의해 대상을 끌어들이는 주체를 ‘동일성’으로, 끌어들임을 당하는 대상을 ‘비동일성’으로 본 것이다. 헤겔의 동일성 철학에서 특수자는 보편자의 개념적 틀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을 의미하는데, 헤겔은 보편자가 자신의 개념으로 특수자를 동일화시켜 파악하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역사가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도르노는 이와 같은 헤겔의 동일성 철학으로 인해 특수자의 고유성과 독자성이 파괴된다고 보았다. 아도르노는 특수자, 즉 비동일성을 진정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비동일성이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동일성 사고에 의해 비동일성이 어떤 한쪽으로 동일화되지 않도록, 비동일성에 대해 참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아도르노가 강조하는 비동일성 철학이다. 그는 이러한 비동일성 철학의 논리를 예술이 담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아도르노는 진정한 예술의 모습은, 동일성 사고로 인해 고정된 질서와 이러한 질서에 대한 친숙함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술을 접한 사람들로 하여금 동일성 사고가 지닌 억압을 자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도르노에게 진정한 예술은 동일성 사고의 논리에 지배받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도록 하는 예술이다.

 

 

― (출전) 이종하,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

 

 

 

 

 

19. 윗글과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국민 모두가 잘사는 국가’를 절대적 가치로 지향하는 A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조사하기 위해 소득을 기준으로 5단계의 평가 척도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K 씨는 삶에 대한 만족도나 즐거움 등을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P 씨는 평소 가족의 건강이 행복한 삶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했지만 이 척도를 접한 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① 만약 헤겔의 관점에서 A 국가를 보편자로 본다면, K 씨는 특수자로 볼 수 있겠군.

② 만약 헤겔의 관점에서 A 국가를 보편자로 본다면, A 국가가 만든 5단계의 평가 척도는 P 씨에게 개념적 틀로 작용했겠군.

③ 만약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A 국가를 동일성으로 본다면, P 씨는 자신의 고유성이 파괴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④ 만약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K 씨를 비동일성으로 본다면, K 씨는 자신의 기준으로 A 국가를 끌어들이는 주체라고 할 수 있겠군.[각주:1] 

⑤ 만약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P 씨를 비동일성으로 본다면, P 씨가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일성 사고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겠군.

 

 

20. 윗글을 읽은 학생이 아도르노의 입장에서 <보기>의 ‘12음 기법 음악’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쇤베르크는 으뜸음을 중심으로 다른 음이 종속되도록 작곡하는 조성 중심의 작곡법에서 탈피하고자 12음 기법 음악을 탄생시켰다. 그는 12개의 서로 다른 음이 모두 한 번씩 사용될 때까지 같은 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작곡함으로써 그 어떤 음도 조성에 얽매이지 않도록 했다. 당시 조성 음악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 어떤 음이 이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곤혹스러워했다.

조성 중심 작곡법을 사용해 억압을 자각하게 하므로 진정한 예술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각주:2]

② 어떤 음도 조성에 얽매이지 않도록 한 것은 비동일성 철학의 논리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어떤 음이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성 사고로 인한친숙함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감상자들로 하여금  조성 중심 작곡법에 익숙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⑤ 12개의 음이 모두 한 번씩 사용될 때까지 같은 음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고정된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 아도르노는 ‘동일성’은 동일성 사고에 의해 대상을 끌어들이는 주체, ‘비동일성’은 주체에게 끌어들임을 당하는 대상이라고 했다. 따라서 <보기>에서 A 국가는 주체, K 씨는 주체로부터 끌어들임을 당하는 대상에 해당한다. [본문으로]</보기>
  2. 아도르노는 진정한 예술이 동일성 사고가 지닌 억압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성 중심 작곡법을 사용해 억압을 자각하게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