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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영혼·정신·의식·마음 등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다. 몸을 종속적이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와 달리 몸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재를 규명하고자 한 학자들이 있었는데, 푸코와 ⓐ메를로퐁티가 그들이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사람을 볼 때 사람이 앉아 있는 자세만 보아도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푸코는 구성주의 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로 우리의 몸이 어떻게 규율화되는지를 ㉠‘몸-권력’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푸코는 인간의 몸이 정치․사회적 권력에서 요구하는 행동 양식을 따르게 된다고 보았다. 푸코에 따르면 학교, 군대 등의 근대적인 정치․사회 조직이 통제된 일람표를 사람들에게 제시하여, 반복적인 훈육을 통해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체화시킨다. 개인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규정된 행동 양식을 따르게 되고, 이러한 규제는 몸에 각인되며 몸을 통해 실현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지하철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자세 차이도 이러한 정치․사회적 권력의 요구가 하나의 행동 양식으로 체화된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푸코는 우리의 몸이 어째서 규율을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학자는 메를로퐁티이다. 그는 ㉡‘몸-주체’의 개념을 제시하여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메를로퐁티는 몸과 정신은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에의 존재’로서의 우리는 세계에서 의도를 가지고 세계와 관계 맺으며 살고 있는 몸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인 세계에서 삶을 전개하기 위해 습관을 형성하고 그것들로 인하여 능숙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습관을 유기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위, 즉 실존적 행위로 본 그는 인간의 습관은 사회성 및 역사성을 띤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인간이 ‘세계에의 존재’라고 말할 때, 이 세계는 우리의 물리적 환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까지 포함하는 세계, 인간적인 세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 존재는 세계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주체로 그 세계와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의미를 생산해 낸다고 보았다.


몸을 행위의 주체로 파악하여,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푸코와 메를로퐁티의 입장은 서로 통하지만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 우선 푸코는 정치․사회적 권력에 입각하여 몸과 행위를 이해하는 데 비해, 메를로퐁티는 실존성에 입각하여 몸과 행위를 이해한다. 둘째, 푸코는 몸의 불안정성과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메를로퐁티는 몸-주체가 습관으로부터 안정성을 끌어낸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푸코에 의하면 인간에게 안정적인 것은 없으며 규율이 변화하는 시기에 인간의 몸은, 몸을 파헤치고 분해하며 재조립하는 권력 장치 속으로 들어가게 됨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몸은 행위를 통해 세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행위가 습관화되면서 안정성을 얻는다고 보았다.


― 출전: 강미라, <몸 주체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