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


Photo by Antonio Grosz on Unsplash





참고할 <보기>와 선택지

이 시는 ‘길’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되찾으려는 화자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는 부정적 상황 속에서 자기 탐색과 성찰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① 굳게 닫힌 ‘쇠문’을 통해 화자가 처한 부정적 상황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군.

② 길이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다는 것은 자기 탐색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짐을 의미하겠군.

③ ‘눈물짓’는 행위는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화자의 노력을 나타낸 것이겠군.

④ ‘부끄럽게’를 통해 화자가 하늘을 보며 자기 성찰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군.

⑤ 화자가 길을 걷는 이유는 ‘담 저쪽’의 ‘나’를 회복하기 위해서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