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두 손 오구려 혹 혹 입김 불며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거북네는 만주서 왔단다 두터운 얼음장과 거센 바람 속을 세월은 흘러 거북이는 만주서 나고 할배는 만주에 묻히고 세월이 무심찮아 봄을 본다고 쫓겨서 울면서 가던 길 돌아왔단다


띠팡[각주:1]을 떠날 때 강을 건늘 때 조선으로 돌아가면 빼앗겼던 땅에서 농사지으며 가 갸 거 겨 배운다더니 조선으로 돌아와도 집도 고향도 없고


거북이는 배추꼬리를 씹으며 달디달구나 배추꼬리를 씹으며 꺼무테테한 아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배추꼬리를 씹으며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누


첫눈 이미 내리고 이윽고 새해가 온다는데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 이용악, 「하늘만 곱구나」


Photo by Antonino Visalli on Unsplash




32번 문항의 선택지를 통한, 위 시에 대한 이해.


① 1연에서는 고운 ‘하늘’과 ‘두 손을 오구려 혹혹 입김’을 부는 ‘움 속’의 상황이 대비를 이룬다.

② 2연에서 ‘두터운 얼음장과 거센 바람 속’의 세월은 거북네가 겪었을 시련을 짐작하게 한다.

③ 3연에서는 거북네가 고향에 돌아오면서 가졌던 기대와 돌아와서 직면한 현실 사이의 괴리가 드러난다.

⑤ 5연에서 ‘첫눈’이 내리고 ‘새해가 온다는데’도 ‘움 속’에서 보는 ‘하늘’이 ‘혼자만 곱’다는 것은 상황의 비극성을 부각한다.

  1. 띠팡 : ‘장소’를 뜻하는 중국말. 여기서는 거북네가 유이민으로 생활하 면서 경작하던 땅을 가리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