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앱인벤터와 융합논리학습(aia.bizadmin.co.kr)


오늘날 단일어로 여겨지는 ‘두더지’는 본래 두 단어가 결합한 말이다. ‘두더’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샅샅이 들추거나 헤친다는 뜻을 지닌 동사 ‘두디다’(>뒤지다)에서 왔으며, ‘지’는 ‘쥐’가 변화된 것이다. 따라서 두더지는 ‘뒤지는 쥐’라는 뜻을 갖는 합성어였다.


‘뒤지는 쥐’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지만 ‘뒤지쥐’라고 하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뒤지쥐’가 마치 ‘달리는 차’를 ‘달리차’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뒤지는 쥐’나 ‘달리는 차’는 국어에서 단어가 둘 이상 결합된 단위인 구(句)를 만드는 방법을 따르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구를 만드는 이러한 방법은 합성어를 만드는 데에도 적용된다. 체언과 체언이 결합한 ‘호두과자’, 관형사와 체언이 결합한 ‘한번’, 부사와 용언이 결합한 ‘잘생기다’, 용언의 관형사형과 체언이 결합한 ‘된장’, 체언과 용언이 결합한 ‘낯설다’, 용언의 연결형과 용언이 결합한 ‘접어들다’ 등은 구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법을 따라 만들어진 합성어들로 이를 통사적 합성어라고 한다.


반면에 이런 방법을 따르지 않고 만들어진 합성어들도 있다. 두 개의 용언 어간끼리 결합한 ‘오르내리다’와 용언 어간에 체언이 직접 결합한 ‘밉상’이 그 예이다. 또한 ‘깨끗하다’의 ‘깨끗’과 같이 독립적인 쓰임을 보이지 않는 어근인 ‘어둑’에 체언이 결합한 ‘어둑새벽’, 그리고 ‘귀엣말’과 같이 부사격 조사 ‘에’와 관형격 조사였던 ‘ㅅ’의 결합형이 포함된 단어 등도 구를 만드는 방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이다. 이러한 합성어를 비통사적 합성어라고 한다.


‘두더지’는 본래 용언 어간에 체언이 직접 결합했으므로 비통사적 합성어였다. 그러나 ‘두디쥐>두더지’의 어형 변화로 이제는 이것이 합성어였음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숫돌’ 또한 본래 용언 ‘다’(비비다)의 어간에 체언 ‘돌’이 직접 결합해 만들어진 비통사적 합성어였다. 그러나 ‘>숫’의 형태 변화와 더불어 동사 ‘다’의 소멸로 이 단어의 원래 짜임새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