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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어는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인 어근과, 단독으로 쓰이지 아니하고 항상 다른 어근이나 단어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부분인 접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파생어의 의미는 일차적으로 어근의 의미와 접사의 의미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파생어의 의미가 이와 같이 어근의 의미와 접사의 의미의 합으로 예측될 때,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파생어의 의미가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하고 있을 때, 그것을 ‘규칙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파생어 ‘걸레질’은 그 의미가 합성성의 원리를 준수한 좋은 사례가 된다. 이 파생어의 의미는 그 어근인 ‘걸레’의 의미와, 동작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인 접사 ‘-질’의 의미로부터 쉽게 예측될 수 있다. 하지만 파생어의 의미가 항상 규칙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비질’은 ‘곡식의 검부러기, 먼지 따위를 날리려고 키 따위로 부쳐 바람을 일으키는 일’을 의미하는데, 이 의미는 곤충인 ‘나비’의 의미와 ‘-질’의 의미의 단순한 합이라고 볼 수 없다.


파생어 형성에 참여하는 어근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다의어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근의 여러 가지 의미가 파생어에 그대로 다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일까? 어근 ‘먹-’과 접사 ‘-이’가 결합된 말인 파생 명사 ‘먹이’의 경우를 보면, ‘먹다’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하여 배 속에 들여보내다.’, ‘어떤 마음이나 감정을 품다.’ 등과 같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반면, ‘먹-’과 접사 ‘-이’의 결합형인 ‘먹이’의 의미는 ‘동물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어야 할 거리’나 ‘사육하는 가축에게 주는 먹을거리’로 한정된다. 이러한 예를 보면 파생어의 의미가 어근의 모든 의미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파생어의 의미는, 어근의 여러 가지 의미들 중에서 어떤 의미가 파생어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일까? 위의 ‘먹이’의 경우를 보면, ‘먹이’의 의미는 ‘먹다’의 기본적인 의미가 반영되어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는 그 단어의 중심적 의미로, 어떤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을 때 가장 먼저 제시되는 의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편, 어근의 의미 중 반드시 하나만이 파생어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예를 들어 ‘길다’는 ‘물체의 두 끝이 서로 멀다.’, ‘이어지는 시간상의 한 때에서 다른 때까지의 동안이 오래다.’ 등의 의미를 갖는데, ‘길이’는 ‘한 끝에서 다른 한 끝까지의 거리’와 ‘어느 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등의 의미를 갖는다. ‘길다’의 여러 의미가 파생 명사인 ‘길이’의 여러 의미에 반영된 것이다. 


― 송철의, ‘어근의 의미와 파생어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