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조선일보


언어학자 제임스 호우웰은 속담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형식의 간결성’, ‘지적인 감각’, ‘재미’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언급일 뿐 구체적이지 못하다. 적어도 속담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속담적인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기능적인 의미 전달을 해야 한다. 또한 상징적, 직감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어 쾌감과 실감의 표현 효과가 있어야 한다.


속담의 구조면에서 먼저 주목할 사실은 복문 형태의 속담에서 전·후구가 의미재와 의미재의 단순 결합을 한 경우에 전·후를 바꾸거나 심지어 둘 중 하나만 써도 속담의 중심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은 하나만 있어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고 앞뒤를 마음대로 바꾸어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속담의 전·후구가 긴밀하게 결합되지 않고는 주제 의미가 표시되지 않아 속담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는 속담은 반드시 둘이 함께 있을 때에만 자기가 한 일보다 더 가혹한 갚음을 받는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속담을 언어 기능 면에서 살펴보면, 주제 의미가 언어 재료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상징적으로 전달되는 상징적 기능과 주제 의미가 언어 재료 속에 그대로 들어있는 상태로 전달되는 서술적 기능이 있다. 전자는 개념에 의한 산문적인 해석으로는 주제 의미를 추출할 수 없는 경우이다. 이는 속담 구조 전체가 하나의 기호(記號)가 되어 속담에 동원된 언어 재료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다른 사실을 지시하는 경우로 “수박 겉핥기”라는 속담이 이에 속한다. 후자는 하나의 서술에 다른 하나의 서술이 기능적인 구조로 결합한 경우이다. 주제 의미는 문맥 속에 그대로 서술되고 있으나, 그것은 단순한 서술이 아닌 문장의 전후 구조에 의하여 기능화된 서술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나 ‘물은 건너보아야 안다.’는 단순한 서술 형식이지만 “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로 되면 그 구조는 기능화되어 전체가 하나의 속담이 되는 것이다.


속담은 추상 개념을 구체적인 사실로, 고도의 논리를 평이한  직관으로, 범상한 설명을 돌발적인 상징으로 드러냄으로써 쾌감을 주고 절실한 표현 효과를 낸다. 예를 들면 ‘말을 조심하라.’는 설명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경이(驚異) 속에 함축되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속에 실감되는 것이다.


― 천시권․김종택, 「국어의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