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


새로 부화된 병아리를 뜻하는 ‘햇병아리’가 경험이 없는 사람인 ‘풋내기’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면서 햇병아리는 풋내기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개념을 다른 명칭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의미 사이의 유사성으로 명칭이 변이된 경우’와 ‘의미 사이의 근접성으로 명칭이 변이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의미(s1)를 가리키는 한 명칭(n1)이 있고 s1과 유사한 다른 의미(s2)가 있다고 하자. s2의 명칭(n2)이 없거나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 또는 비유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  n1이 s2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의미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로 명칭이 변이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산의 중간쯤 되는 곳(s2)을 의미하는 ‘중턱(n2)’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 s2를 가리키기 위해 유사한 의미의 단어 ‘산허리(n1)’를 사용할 수 있다. 산허리의 의미(s1)와 s2 사이의 유사성에 의해 [그림]처럼 ‘산허리’가 s2를 가리키는 명칭의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산허리는 기존의 중턱과 함께 s2를 가리키게 되어 산허리와 중턱은 의미 자질을 공통적으로 가지게 된다. 이때 원래 표현하고자 한 의미와 유사한 의미가 비유의 꼴이 되므로 은유가 발생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 사이의 유사성에 의한 은유는 ‘안경다리’처럼 사람의 신체를 무생물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경우, ‘노루오줌’처럼 동물의 명칭을 식물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경우, ‘국물’처럼 구체어가 추상적 관념인 ‘이익’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한편, 의미 사이의 근접성에 의해 연상 작용이 심리적으로 발생할 때에도 한 명칭이 다른 명칭으로 변이된다. 이때 명칭과 의미 사이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위의 [그림]과 동일한데, 다만 두 의미(s1, s2)를 연결한 선이 유사성이 아니라 근접성을 나타낸 것이 다르다.


의미 사이의 근접성에 의한 명칭 변이는 ⓐ공간적 관계, ⓑ시간적 관계, ⓒ인과적 관계로 구별할 수 있다. 예컨대 ‘세자’를 ‘동궁(東宮)’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자의 거처’가 ‘동궁’이라는 공간적 관계의 근접성 때문에 일어난 명칭의 변이이며, 가장 맛있는 ‘새우젓’을 ‘육젓’으로 부르는 것은 ‘육젓’이 ‘음력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것에서 유래한 변이이다. 그리고 ‘임금의 피난’을 ‘먼지를 덮어쓰다’라는 뜻의 ‘몽진(蒙塵)’이라고 부르는 것은 임금이 난을 피하면서 먼지를 덮어썼던 사건의 인과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윤평현, 「국어의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