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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인간의 경험을 드러내고 개념화하는 인지 활동으로 목표 영역을 근원 영역에 의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우리가 표현하려고 하는 새롭고 추상적 경험 세계를 목표 영역이라고 하며, 기존의 구체적 경험 세계를 근원 영역이라고 한다.


(가) 인생은 나그넷길이다.

(나) 사랑에 빠지다.

(가)의 표현에서 ‘인생’은 목표 영역이며, ‘나그넷길’은 근원 영역에 해당하는데, 추상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을 우리의 일상 경험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그넷길’을 통하여 개념화한 것이며, (나)에서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액체에 빠지다’라는 구체적인 경험을 이용한 것이다.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간의 대응 관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은유를 형성하는 근원 영역과 목표 영역의 경험은 대조적이다. 곧 근원 영역은 우리의 일상 경험에서부터 나온 것이므로 구체적이며 명확하고 구조화된 경험인 반면 목표 영역은 추상적이며 불명확하고 구조화되지 않은 경험이다. 한편 근원 영역은 낡고 진부한 세계인데 비하여 목표 영역은 새롭고 신선한 특징을 지닌다.


둘째, 은유에서 근원 영역과 목표 영역은 한쪽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는 점에서 비대칭적이다. 곧 우리는 ‘나그넷길’에 의해서 ‘인생’을 개념화하지 ‘인생’에 의해서 ‘나그넷길’을 개념화하지는 않는다.


셋째, 근원 영역을 이용해서 목표 영역을 나타내는 것은 두 영역의 개념적인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나그넷길’과 ‘인생’ 간에는 ‘출발점’에서 ‘종착점’이라는 여정이 있고, 여행의 동반자와 목적이 있으며 희로애락과 같은 공통된 요소들이 있다. 이 두 개념 영역 사이의 유사성을 인식해서 은유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은유란 우리에게 익숙한 근원 영역으로써 낯선 목표 영역을 개념화하는 인지 방법이다. 은유는 복잡한 개념에 간결성을 제공하며, 표현의 신선함을 부여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러한 은유는 일상 언어에 널리 퍼져 있으며, 나아가 추상적인 세계를 개념화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 김광해 외, ‘국어 지식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