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w3.org


조선 시대 역관들에게는 중국의 한자음을 정확히 익히는 일이 중요했다. 중국에서는 한자의 발음 사전인 운서(韻書)에서 한자음을 초성과 중․종성으로 이분하여 이를 두 개의 한자로 표시하는 반절법을 사용했다. 아래 그림처럼 한자 ‘東’(동)의 발음을 중국의 운서에서는 반절법에 의해 ‘德’(덕)의 초성 [t]와 ‘紅’(홍)의 중․종성 [uŋ]을 이용해 표시했다. 이때 ‘德’과 ‘紅’ 대신에 다른 한자들이 사용될 수도 있었으며, ‘東’이 다른 한자들의 발음 표시에 사용 되기도 했다. ㉠ 이러한 발음 표시 방식은 조선의 역관들이 중국의 한자음을 학습하는 데 효율적이지 못했다.



반면 『사성통해』와 같은 조선의 운서에서는 한글로 발음을 표시했고, 학습자들은 이를 통해 비교적 정확한 중국의 한자음을 익힐 수 있었다. 『사성통해』에서는 한자 ‘東’의 발음을 한글 [둥[각주:1]]으로 표시했는데, 이는 음소 문자인 한글의 표음성을 이용해 중국의 한자음을 적은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반절법과 달리 한자의 발음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 표시한 것으로, 이때 한글은 일종의 발음 기호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글의 표음성은 별도의 발음 기호가 없었던 시대에는 매우 유용했는데, 그렇다고 이것을 발음 기호와 완전히 동일한 차원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 우리가 영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기 위해 사전의 발음 기호를 참조하는 것은 일반 문자와 발음 기호가 다르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알파벳에 비해 표음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한글의 경우에도 이상적인 발음 기호에 요구되는 발음과 기호의 완벽한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1. 종성은 ㆁ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