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


출처, https://selfieus.com/media/1871440368403541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