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우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이었다.

제비 같은 이야기는 바다 건너로만 날리었고 

가벼운 날개 밑에 머-ㄹ리 수평선이 층계처럼 낮더라.


자주 투기는 팔매는 바다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고 

지칠 줄 모르는 마음은 단애(斷崖)[각주:1]의 허리에 

게으른 갈매기 울음소리를 비웃었다.


오늘 얼음처럼 싸늘한 노을이 뜨는 바다의 언덕을 오르는 

두 놈의 봉해진 입술에는 바다 건너 이야기가 없고.


곰팽이처럼 얼룩진 수염이 코밑에 미운 너와 나는 

또다시 가슴이 둥근 소년일 수 없고나.


― 김기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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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는 문항들


21. (가) ~ (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직유법[각주:2]을 활용하여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점층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영탄적 표현[각주:3]을 통해 고조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명령형 어미를 반복하여 결연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역설적 표현으로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2. <보기>를 바탕으로 (가)[각주:4]와 (나)[각주:5]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가)와 (나)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변모와 이에 대한 정서가 나타나 있다. (가)에서 화자는 과거와 대비되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단절감을 드러내는 반면, (나)에서는 성장하면서 넓은 세상에서 경험이 확장되었던 화자가 모성(母性)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유년 시절의 가치로 회귀하고자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선택지 생략)

  1. * 단애: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본문으로]
  2. ‘제비 같은 이야기’, ‘곰팽이처럼 얼룩진 수염’ 등에서 확인된다. [본문으로]
  3. ‘소년일 수 없고나’에서 확인된다. 이 문항의 정답은 아니지만, 이 시에서는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본문으로]
  4. 김기림, 「추억」 [본문으로]
  5.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