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 yourstage.com

 

 

‘성(誠)’은 하늘의 도리이며, 인간은 하늘의 도리인 성실함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유학에서 제시한 ‘택선고집(擇善固執)’은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인격 수양의 한 방법으로 하늘의 도리인 ‘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택선’이란 선(善)을 택하는 것이고, ‘고집’이란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자각하는 인식의 단계를 의미하고, 굳게 지킨다는 것은 자각한 본성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의 단계를 뜻한다.

 

‘신독(愼獨)’도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유학의 덕목으로,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른바 뜻을 성실하게 한다.’라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니, 인간은 스스로의 만족을 얻기 위한 수양에 힘을 기울여,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나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용』에서도 ‘숨은 것보다 잘 보이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조심한다.’고 하여, 개인의 수양을 강조한다. 즉, 신독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자기에게 충실하여 내면적으로 실천의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독은 개인 윤리이면서 동시에 ‘안으로 성실하면 밖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사회 윤리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도덕적 자각과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개인 윤리로 ‘충서(忠恕)’가 있다. 충서란 공자의 모든 사상을 꿰뚫고 있는 도리로서, 인간 개인의 자아 확립과 이를 통한 만물일체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이때, ‘충(忠)’이란 ‘중심(中心)’이다. 주희는 충을 ‘자기의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충실을 의미한다. 이는 자아의 확립이며,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또한, ‘서(恕)’란 ‘여심(如心)’이다. 내 마음과 같이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라.’고 하였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들도 하기 싫어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남들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지닌 상태가 ‘서’의 상태인 것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이다.

 

택선고집, 신독, 충서는 먼저 인간의 천부적인 도덕성을 자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론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도덕적 실천의 근원을 하늘에 두고, 이 하늘의 도리인 성(誠)을 인간 사회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 최근덕 외, '유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