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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정립한 조선 시대에 들어오면서, 선비는 사회의 지도 계층으로서 그 지위가 확립되었다. ‘선비’라는 말은 ‘사대부(士大夫)’의 신분에 속하면 아무에게나 붙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에게 존경의 뜻을 실어서 부르는 호칭이다. 그러므로 ‘선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학문과 수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는 벼슬길에 나가든 산림에 은거하든 상관없이 항상 자신을 선비로서 다듬어야 하는 임무를 지닌다. 선비는 조정에서 임금의 정치를 보좌할 때 선비다운 기개를 발휘하여, 권세와 지위를 이용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태도에 맞서, 그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 혹 벼슬하려는 뜻을 버리고 산림(山林) 속에 은거하여 ‘처사(處士)’로서 살아가더라도 유교의 도를 강론(講論)하여 밝히고 수호하는 임무를 지닌다. 그리고 선비는 자신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항상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생활의 신조로 삼아 세속적․물질적 욕심을 버리고, 그 사회의 가치 기준을 확인하고 제시하며 이를 실천하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 선비는 이렇게 유교적 도덕 규범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대중들을 교화하는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존재인 것이다.

 

선비의 임무가 이렇게 중대하니 선비는 선비로서 자신을 다듬어 나가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선비가 자신을 다듬어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학문을 통해 자신의 식견(識見)을 깊고 바르며 확고하게 정립해 가는 것이다. 즉 선비는 독서를 통해 이치와 의리를 깨닫고 밝혀서 마음에 깊이 젖어들게 함과 동시에 이를 자신의 판단과 행위에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선비의 학문은 결코 지식의 양적 축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실천의 힘, 행동의 원리로 작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수양을 통해 그 마음을 부드러우면서도 굳세고 흔들리지 않게 확립하는 것이다. 선비는 봄바람처럼 온화한 인품과 가을 서리처럼 엄격한 신념, 즉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러한 선비의 인품과 판단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 공부를 통해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비의 자기 수련 과정으로서 학문과 수양은 일시적인 단계가 아니라 평생을 지속해 가는 과업이다. 따라서 선비는 평생 동안 독서를 쉬지 않는 ‘독서인’이며, 독서를 통해 진리의 근원을 통찰하고 현실에 대한 대응 방법을 발견해 내는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 금장태, 「한국의 선비와 선비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