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는 생물이 바다에서 나와 육상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최초로 육상에 진출한 생물은 중력이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 속에서는 부력 때문에 덜했지만, 지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육상동물은 ⓐ중력과의 투쟁을 시작했다. 육상 동물은 다리가 어정쩡한 상태로 기어다니던 양서류에서 완전히 수상 생활과 결별한 파충류를 거쳐 좀더 긴 다리와 튼튼한 근육을 가진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면에서 점차 몸통을 높이 일으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조류는 몸의 무게를 줄이고 모양을 유선형으로 만들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또 다른 방식으로 중력에 저항한 경우에 속한다. 인간은 두 발로 서게 됨에 따라 다른 포유류보다 지표면에서 멀리 몸통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고, 더불어 두 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이다. 


스포츠와 ⓑ춤이 추구하는 목표도 동일한 테두리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빨리뛰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의 모든 육상 경기는 중력의 한계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된다. 중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 경기는 포환이나 창을 던지는 행위, 역기를 드는 행위처럼, 대상물의 중력을 도전의 수단으로 삼은 경우에까지 진전된다. 춤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중력의 한계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꿈이 반영된 대부분의 춤은 신체의 무거움을 극복하여 가벼워진 상태를 지향한다. 춤에서는 중력의 한계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발레에서는 빠르고 가볍게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새의 모습을 표현한다.


(나) 

우리는 모두 인습적인 형태와 색채만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어린이들은 별이 모두 별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별을 관찰해 본 사람은 다양한 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속의 하늘은 푸른색이어야 하고 풀은 초록색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어린이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그림에서 그들에게 ⓓ익숙한 물상이 낯선 형태와 색채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우주 탐험 여행차 지구에 갓 도착하여 지구상의 사물을 처음 대하는 우주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사물들이 엄청나게 놀라운 또 다른 형상과 색채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화가들은 그러한 우주 탐험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에 비유 될 수 있다. 그들은 세계를 새롭게 보기를 원하고 있으며, 사람의 피부는 분홍색이고 사과는 둥글다는 기존의 관념과 편견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개인적인 선입견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 큰 장애는 없다. 친숙하게 알고 있는 주제를 전혀 예기치 못한 ⓔ일탈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그림을 대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그 그림이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곤 한다. 성격의 내용을 그린 그림의 경우에서도 이런 비난의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낯익은 그리스도상이 과거의 미술가들이 가지고 있던 신에 대한 형상에 불과하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러한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난 것은 신에 대한 불경(不敬)이라고  생각한다.


(1996년 | 1997학년도 대수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