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어 자신조차 잊을 만큼 즐겁게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 깨어난 장자(莊子)는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한다. 이 호접몽 이야기는 나를 잊은 상태를 묘사함으로써 ‘물아일체(物我一 體)’ 사상을 그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이야기 외에도 『장자』에는 ‘나를 잊는다’는 구절이 나오는 일화 두 편이 있다. 하나는 장자가 타인의 정원에 넘어 들어갔다는 것도 모른 채, 기이한 새의 뒤를 홀린 듯 쫓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장자는 바깥 사물에 마음을 통째로 빼앗겨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고도의 몰입을 대상에 사로잡혀 끌려다니는 꼴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이때 마음은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대상에만 과도하게 집착하여 그 어떤 것도 돌아보지 못한다. 이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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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들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감행하기 쉬운 상황일수록 이를 억제하는 데에는 금전적 제재 수단이 효과적이다. 현행법상 불법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 수단에는 민사적 수단인 손해 배상, 형사적 수단인 벌금, 행정적 수단인 과징금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피해자의 구제, 가해자의 징벌, 법 위 반 상태의 시정을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담합하여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 적발된 경우, 그 기업들은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당하거나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행정 기관으로부터 과징금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불법 행위에 대해 세 가지 금전적 제재가 내려질 수 있지만 제재의 목적이 서로 다르므로 중복 제재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약자를 돕는 것은 옳다’와 같은 도덕적 판단을 한다. 이렇게 구체적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 문제를 다루는 것이 규범 윤리학이라면, 옳음의 의미 문제, 도덕 적 진리의 존재 문제 등과 같이 규범 윤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과 원칙에 대해 다루는 것은 메타 윤리학이다. 메타 윤리학에서 도덕 실재론과 정서주의는 ‘옳음’과 ‘옳지 않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과 도덕적 진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친다. 도덕 실재론에서는 도덕적 판단과 도덕적 진리를 과학적 판단 및 과학적 진리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즉 과학적 판단 이 ‘참’ 또는 ‘거짓’을 판정할 수 있는 명제를 나타내고 이 때 참으로 판정된 명제를 과학적 진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도덕적 판단도 참 또는 거짓으로 판정할 수 있는 명..
과거에는 물질이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작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원자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라는 것이 밝혀졌다. 음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는 세 입자 중 가장 작고 가볍다. 1897년에 톰슨이 기체 방전관 실험에서 음전기의 흐름을 확인 하여 전자를 발견하였다. 같은 음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들은 서로 반발하므로 원자 안에 모여 있기 어렵다. 이에 전자끼리 흩어지지 않고 원자의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톰슨은 ‘건포도빵 모형’을 제안하였다. 양전기가 빵 반죽처럼 원자에 르게 퍼져 있고, 전자는 건포도처럼 점점이 박혀 있어서 원자가 평소에 전기적으로 중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양전기를 띠고 있는 양성자는 전자보다 대략 2,000배 정도 무거워서 ..
지문(指紋)은 손가락의 진피로부터 땀샘이 표피로 융기되어 일정한 흐름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솟아오른 부분을 융선, 파인 부분을 골이라고 한다. 지문은 진피 부분이 손상되지 않는 한 평생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홍채, 정맥, 목소리 등과 함께 지문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생체 정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문 인식 시스템은 등록된 지문과 조회하는 지문이 동일한지 판단함으로써 신원을 확인하는 생체 인식 시스템이다. 지문을 등록하거나 조회하기 위해서는 지문 입력 장치를 통해 지문의 융선과 골이 잘 드러나 있는 지문 영상을 얻어야 한다. 지문 입력 장치는 손가락과의 접촉을 통해 정보를 얻는데, 이 때 지문의 융선은 접촉면과 닿게 되고 골은 닿지 않는다. 따라서 지문 입력 장치의 융선과 골에 대응하..
일반적으로 바닷물은 영하의 온도에도 얼지 않는다. 또한 혹한 지역의 일부 생명체들은 추위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는 모두 어는점 내림 현상과 관련이 있다. 어는점 내림 현상이란 무엇일까? 어는점은 액체가 얼기 시작할 때의 온도를 말하는데, 순수한 물의 어는점은 일반적으로 0℃이다. 이때 ‘물이 언다’라는 것은, 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가면서 액체 상태에서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던 물 분자가 규칙적으로 정렬하여 고체인 얼음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용매인 물에 다른 물질, 즉 용질이 녹아 있으면 용질의 분자들이 물 분자의 정렬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물만 있을 때보다 어는점이 내려가는데 이를 ‘어는점 내림 현상’이라 한다. 이때 용질의 종류나 특성이 아닌, 용질의 양에 의해서 어는점 내림과..
정부는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시켜 좀 더 빨리 균형을 찾아가도록 여러 가지 안정화 정책을 사용한다. 정부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안정화 정책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있다. 통화정책은 정부가 화폐 공급량이나 기준금리 등을 조절하여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경기가 불황에 빠져 있을 때, 정부가 화폐 공급량을 늘리면 이자율이 낮아져 시중에 풍부한 자금이 공급되어 소비자들의 소비지출과 기업들의 투자지출이 늘어나면 총수요*에 영향을 주어 경제가 활성화된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이나 조세징수액을 변화시킴으로써 총수요에 영향을 주려는 정책이다. 재정정책에는 경기의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자동안정화장치와 정부의 의사결정과 국회의 동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량적 재정정책이 있다. 이러..
현대인들에게 무엇인가가 ‘있다/없다’라는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과 무엇인가가 ‘좋다/나쁘다’라는 존재에 대한 가치 판단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특히 현대인들에게 ‘있다/없다’는 양자택일의 문제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관점에는 무엇이 ‘있다/없다’라는 존재론적 판단과 무엇이 ‘좋다/나쁘다’라는 가치론적 판단이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 즉 플라톤에게 존재론적으로 ‘있다/없다’는 가치 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존재와 그 존재의 가치가 일치한다면, 특정한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플라톤은 그것을 ‘있음’의 ‘정도’로 보았다. 이때 ‘있다’에는 ‘존재한다’라는 측면에서 실재성의 정도와 ‘가치 있다’라는 측면에서 완전성의 정도를 모두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
17세기 프랑스 화가 푸생(N. Poussin)은 그림을 통해 경험적인 차원 그 너머에 있는 영원불변한 본질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바로크 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크 미술이 주로 작가의 즉흥적인 감정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지적인 사고가 결여된 예술 활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연성과 변화무쌍함을 멀리하는 대신,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영원불변성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의 고전성에서 미의 원리를 찾고자 했다. 왜냐하면 푸생은 이성이 자연의 보편적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이 이성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고대 예술이 모든 시대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
1974년 캐나다에서 소년들이 집과 자동차를 파손하여 체포되었다. 보호 관찰관이 소년들의 사과와 당사자 간 합의로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담당 판사에게 건의하였고, 판사는 이를 수용했다. 그 결과 소년들은 봉사 활동과 배상 등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책임지고 다시 마을의 구성원으로 복귀하였다. 이를 계기로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회복적 사법’이라는 사법 관점의 첫 적용이었다. 이와 같이 회복적 사법이란 범죄로 상처 입은 피해자, 훼손된 인간관계와 공동체 등의 회복을 지향하는 형사 사법의 새로운 관점이자 범죄에 대한 새로운 대응인 것이다. 여기서 형사 사법이란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법 제도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형사 사법은 응보형론과 재사회화론을 기저에 두고 있다. 응보형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체내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로 모두 여러 개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질들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섞인 걸쭉한 수용성 혼합물인 미즙의 상태로 소화된다. 탄수화물은 당을, 단백질은 아미노산을 기본 단위로 결합되어 있으며 수용성을 띤다. 그러나 지방은 지방산 3개와 글리세롤 1개가 결합한 트리글리세리드가 기본 단위인데, 트리글리세리드는 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을 띠며 자기들끼리 쉽게 응집되어 지방 덩어리를 이루는 특성이 있다. 또한 탄수화물은 입과 소장에서, 단백질은 위와 소장에서 소화가 주로 진행되나 지방은 그 특성으로 인해 소장에서 소화가 주로 이루어진다. 지방의 소화에는 ㉠라이페이스(lipase)와 ㉡담즙염(bile salt)이 관여한다. 라이페이스는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
온도와 압력의 변화에 의해 지각 내 암석의 광물 조합 및 조직이 변하게 되는 것을 ‘변성 작용’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약 100 ~ 500℃ 온도와 비교적 낮은 압력에서 일어나는 변성 작용을 ‘저변성 작용’이라 하고, 약 500℃ 이상의 높은 온도와 비교적 높은 압력에서 일어나는 변성 작용을 ‘고변성 작용’이라 한다. 변성 작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온도이다. 밀가루, 소금, 설탕, 이스트, 물 등을 섞어 오븐에 넣으면 높은 온도에 의해 일련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 새로운 화합물인 빵이 만들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석이 가열되면 그 속에 있는 광물들 중 일부는 재결정화되고 또 다른 광물들은 서로 반응하여 새로운 광물들을 생성하게 되어, 그 최종 산물로서 변성암이 생성..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란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마치 처음부터 그 일의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믿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하여 실제로는 그 일을 예측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고 믿는 것이 이 편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우연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결과가 알려지고 난 후에는 대개 필연적인 사건들로 해석되는 것도 이 편향의 결과이다. 이 편향 때문에 사람들은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라고 착각하게 된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의 발생 원인에 대한 설명은 동기적 설명과 인지적 설명으로 나뉜다. 동기적 설명은 우선 ‘통제감’에 대한 추구와 관련된다. 통제감이란 ‘자신이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하루 중 일을 하거나 여가에 ⓐ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소득도 개인에 따라 거둘 수 있는 범위가 제약되어있다. 노동 공급의 결정 이론에서는 이렇듯 제약되어 있는 조건 하에서 개인의 노동 공급 결정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에서는 여가와 노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최적의 조합을 택하는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 시간이 늘어날수록 소득도 증가하므로 여가와 노동 간의 선택 문제는 곧 여가와 소득 간의 선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 공급의 결정 모형을 ‘노동-여가 선택 모형’ 또는 ‘소득-여가 선택 모형’이라고 한다. X축을 여가 시간, Y축을 소득이라고 하면, 여가 시간과 소득이 제약되어 있는 범위 내에서 여가 시간과 소득을 선택할 수..
중세 시대에는 종교 건축 분야에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당시 농촌 지역에 활발히 세워지던 수도원의 성당에 적용되었다. 로마의 영향을 받아 둥근 아치 형태였던 천장은 석재로 만들어져 매우 무거웠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 벽도 두껍고 웅장하게 지어졌다. 벽과 천장의 무게로 인해 창을 크게 만들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내부 공간은 채광이 부족해 대체로 어두웠다. 이러한 어두움은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 내었다. 이러한 로마네스크 양식이 변형을 거쳐 발전한 것이 고딕 양식이다. 당시의 철학에서는 신의 존재를 ⓐ 입증하고자 노력했는데, 고딕 양식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아 신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로 탄생하였다. 하늘에서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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