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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에는 종교 건축 분야에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당시 농촌 지역에 활발히 세워지던 수도원의 성당에 적용되었다. 로마의 영향을 받아 둥근 아치 형태였던 천장은 석재로 만들어져 매우 무거웠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 벽도 두껍고 웅장하게 지어졌다. 벽과 천장의 무게로 인해 창을 크게 만들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내부 공간은 채광이 부족해 대체로 어두웠다. 이러한 어두움은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 내었다.


이러한 로마네스크 양식이 변형을 거쳐 발전한 것이 고딕 양식이다. 당시의 철학에서는 신의 존재를 ⓐ 입증하고자 노력했는데, 고딕 양식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아 신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로 탄생하였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이 신의 ⓑ 현현이라고 생각한 당대의 사람들은 ㉠ 고딕 양식을 통해 신비한 빛으로 가득 찬 성당을 건설하고자 했다.


고딕 성당의 단면도고딕 성당의 단면도


그런데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창의 면적이 넓어야 했다. 창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무거운 천장과 벽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창문을 크게 만드는 대신, 성당의 벽을 바깥에서 떠받치기 위해 ‘버트레스’와 ‘플라잉 버트레스’를 만들어 높아진 건물을 지탱하게 했다. 또한 고딕 양식에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사용되던 둥근 아치형의 천장을 뾰족하게 솟아오른 형태로 ⓒ 고안해냈다. 이를 ‘포인티드 아치’라고 하는데, 이러한 형태로 인해 로마네스크 성당보다 높게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천장이 높아지자 벽 옆면에 길고 큰 창인 ‘클리어스토리’를 뚫어 성당 안으로 많은 빛을 들어오게 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창에는 다채로운 색채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시공했는데, 빛을 굴절 투과시켜 신비감을 ⓓ 부각하였다. 이후 고딕 성당은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지향하게 된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십자군 전쟁이 발발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각지의 수도원으로 순례객들이 모여들던 때에 탄생했다. 그들은 웅장하게 지어진 성당을 순례하며 신의 권위와 장엄함을 느꼈다. 한편 고딕 양식은 농촌에서 도시로 삶의 터 전을 옮긴 이주민들이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고딕 시대의 이주민들은, 비례의 법칙을 거스르며 하늘 높이 수직으로 솟아올라 빛으로 가득해진 도시의 성당에서 신의 존재를 체험하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 위무 받고자 했다. 성당 순례를 통해 신을 느끼며 현실에서의 고통을 해소하고자 했던 로마네스크 시대의 사람들처럼 고딕 시대의 사람들도 신에게 더욱 가까이 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했던 것이다. 결국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에서 초월적 세계에 대한 중세 사람들의 종교적 열망을 읽어낼 수 있다.


― 사카이 다케시, 『고딕, 불멸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