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이지(1912-1992)



‘우연성 음악(Aleatoric)’이란 주사위를 뜻하는 라틴어 ‘알레아(Alea)’에서 유래된 용어로, 서양음악의 전통적 통념에서 벗어나 작곡이나 연주 과정에 우연성을 도입함으로써 불확정성을 추구하는 음악을 일컫는다. 우연성 음악은 현대음악이 지나치게 추상화되거나 정밀하게 구성된 음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하였는데, 대표적인 음악가로 케이지와 슈톡하우젠이 있다.


케이지는 인간의 의도가 배제된 무작위(無作爲)의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주장하는 동양의 주역 사상을 접한 후, 작곡에 있어 인위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면 소리가 자연스럽게 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케이지는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 우연의 요소를 도입하여, 음의 높이나 강약 또는 악기나 음악 형식을 작곡가의 의도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우연적 방법을 사용한 케이지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1951년 작곡된 <피아노를 위한 변화의 음악>이 있다. 케이지는 이 곡을 작곡할 때 작품 전체의 형식 구조만을 정해 놓고 세 개의 동 전을 던져 음의 고저와 장단, 음가 등을 결정하였다. 다시 말해 서 곡의 전체 구조는 합리적 사고에 의해, 세부적인 요소는 비합리적인 우연성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케이지의 영향을 받은 슈톡하우젠은 음악의 우연성이 통계적 사고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음악적 요소들의 관계에서 가변성이 형성될 때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음악처럼 고정된 악보를 제시하여 정해진 연주 방법과 진행 순서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여러 악구만 제시하고 연주자가 이를 임의로 조합하는 우연성에 의해 연주해도 얼마든지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슈톡하우젠의 <피아노 소품 Ⅺ>은 19개의 단편적인 악구로만 구성된, 단 한 페이지의 악보로 된 작품이다. 각 악구의 끝에는 박자, 빠르기, 음의 세기 등과 같은 지시어가 적혀 있는데, 연주자는 악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이 생각한 박자, 빠르기, 음의 세기로 연주를 시작하고, 해당 악구의 연주가 끝나면 임의로 선택한 다른 악구로 이동한다. 이때 각 악구의 뒷부분에 다음 악구를 연주하는 방식이 지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다음 악구는 바로 직전 악구의 지시어대로 연주해야 한다. 그리고 동일한 악구를 두 번째로 다시 연주할 때에는 해당 악구 앞부분의 괄호 안에 적힌 옥타브 변경 지시에 따라 연주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어느 한 악구를 세 번째로 연주하게 되면 끝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처음에 선택한 악구를 연달아 세 번 연주하고 끝내는 짧은 연주 방법부터, 모든 악구를 두 번씩 반복한 후 마지막에 임의의 한 악구를 선택하여 끝내는 방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할 수 있다.


이러한 우연성 음악은 하나의 작품이 작곡되고 연주되는 과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창작 과정과 이를 실현하는 연주자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때문에 음악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출전) 신인선, ‘20세기 음악’







26. [가][각주:1]에 제시된 방법으로 <보기>의 악보를 연주한다고 할 때, 이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 첫 악구 연주 방법 : B를 선택, 2/4박자, 보통 빠르기로 

◦ 연주 순서 : B → A → E → C → B → A → C → D → A

① 악구 A는 모두 2/4박자로 연주되는군.

② 악구 B와 D는 모든 박을 악센트로 연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군.

③ 악구 C는 처음에는 ‘보통 빠르기’로, 두 번째는 ‘느리게’로 연주되는군.

④ 악구 D 다음에 A가 아닌 C를 선택해도 연주는 끝나겠군. 

⑤ 악구 E는 원래의 음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으로 연주되는군.[각주:2]




참고

https://youtu.be/JTEFKFiXSx4 (존 케이지의 '4분 3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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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를 보면, 옥타브를 변경하여 연주하는 경우는 동일한 악구를 두 번째로 연주할 때이다. <보기>에서 악구 E는 한 번만 연주되기 때문에 연주 과정에서 옥타브가 변경되지 않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