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 하나를 무심히 지나쳤다면, 이 그림은 미적 대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미학자 뒤프렌은 그 그림은 예술 작품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미적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예술 작품은 감상자의 미적 지각이 시작될 때 비로소 미적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미적 지각과 미적 대상의 관계에 주목하여, 감상자가 현전(現前), 표상(表象), 반성(反省)이라는 미적 지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미적 대상을 점점 더 심오하게 이해한다고 보았다.


뒤프렌에 따르면 현전은 감상자가 작품의 감각적 특징에 신체적으로 반응하면서 주목하는 단계이다. 즉 색채, 명암, 질감 등에 매료되어 눈이 커지거나 고개를 내미는 등의 신체적 자세를 ㉠ 취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듯 현전은 감상자가 예술 작품을 ‘감각적 소재’로 인식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전은 미적 대상의 의미를 막연하게 파악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현전의 막연함은 표상을 통해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그는 말한다. 표상은 작품을 상상력으로 지각하는 단계이다. 상상력은 감상자가 현전에서 파악한 것에 시공간적 내용과 구체적 상황 을 추가해 풍부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지각은 감상자가 작품을 특정 대상이나 현실이 묘사된 ‘재현된 세계’로 이해하게 한다. 예를 들어 푸른색이라는 감각물에 눈동자가 커지면서 주목하는 것이 현전이라면, 푸른색을 보고 ‘가을날 오후 한적한 시골의 맑고 넓은 창공’이라는 세계를 떠올리는 것이 표상이다. 하지만 표상은 환상을 만들게 된다.  


표상이 만든 환상은 반성을 통해 극복된다고 뒤프렌은 생각했다. 반성에는 비평적 반성과 공감적 반성이 있다. 비평적 반성은 구도, 원근법, 형태 묘사와 같은 기법, 예술가의 제작 의도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상상력이 만든 감상자의 표상이 타당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비평적 반성을 통해 감상자는 작품의 의미를 표상의 단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뒤프렌은 비평적 반성만으로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 수준에 그친다고 보았다. 객관적인 분석만을 하다 보면 작품 속에 담긴 내면적 의미까지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감상자의 미적 지각은 공감적 반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하였다. 공감적 반성은 작품이 자아내는 내면적 의미를 감상자가 정서적으로 느끼면서 감동을 얻는 단계이다. 이 감동은 작품의 내면적 의미가 진실하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감상자가 예술가의 감정이 ‘표현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면서, 그 세계와 자신의 내면세계가 일치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뒤프렌은 감상자가 작품의 의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전) 미켈 뒤프렌, 「미적체험의 현상학」





이해를 돕는 문항


21.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감상자가 신체적으로 반응하면서부터 예술 작품은 미적 대상이 된다. 

② 감상자가 작품의 의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감동을 얻을 수 있다. 

③ 상상력이 만든 환상은 객관적인 작품 분석을 통해 그 타당성이 검증된다.

④ 시공간적인 내용을 덧붙임으로써 감상자는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각주:1]

⑤ 예술가의 제작 의도에 대한 파악만으로는 작품에 담긴 내면적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22.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 1>을 감상한다고 할 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 2>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3점]

<보기 1> 

이 그림은 에드가 드가의 ‘압생트 한 잔’으로, 여인의 흰옷과 남자의 검은 옷이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다. 또한 두 남녀의 표정은 다소 침울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기 2>

ㄱ. 두 남녀의 의상에 드러난 명암의 차이가 눈에 띄어서 시선이 갔다면 현전 단계의 감상으로 볼 수 있군.

ㄴ. 명암의 차이를 통해 두 남녀가 심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상황을 떠올렸다면 표상 단계의 감상으로 볼 수 있군.

ㄷ. 유럽의 작은 도시의 카페에서 두 인물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면 비평적 반성 단계의 감상으로 볼 수 있군.

ㄹ. 두 인물의 침울한 표정에서 느낀 도시인의 고독감이 자신의 고독감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면 공감적 반성 단계의 감상으로 볼 수 있군.


③ ㄱ, ㄴ, ㄹ[각주:2]

  1. 3문단에 따르면 시공간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것은 상상력에 의한 표상의 지각 단계이고, 4문단에 따르 면 감상자가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공감적 반성의 지각 단계이다. [본문으로]
  2. 정답만 발췌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