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생, 「세월이라는 이름의 음악과 춤」


17세기 프랑스 화가 푸생(N. Poussin)은 그림을 통해 경험적인 차원 그 너머에 있는 영원불변한 본질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바로크 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크 미술이 주로 작가의 즉흥적인 감정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지적인 사고가 결여된 예술 활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연성과 변화무쌍함을 멀리하는 대신,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영원불변성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의 고전성에서 미의 원리를 찾고자 했다. 왜냐하면 푸생은 이성이 자연의 보편적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이 이성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고대 예술이 모든 시대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 예술의 주된 대상인 신화나 역사 혹은 성서 속 이야기들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으며, 그것을 서사의 차원이 아닌 시의 차원으로 전환시키면서 절제되고 압축된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감상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있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했다. 또한 작품 속의 인물들을 표현할 때,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기 위해 고대 조각상 중에서 자신의 표현 의도에 ㉠맞는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을 골라 인위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도 화면은 오로지 이성의 법칙에 입각한 균형과 대칭, 선이나 도형 등을 활용한 기하학적 공간 구성의 원리를 적용하여 짜임새 있는 안정적인 구도를 갖추려고 했다. 이는 자연의 영원불변한 본질을 조화와 질서라고 생각하여 이를 그림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같은 표현 원리들을 통해 영원불변한 본질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고자 한 푸생의 노력은 그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풍경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역사 속 영웅적 인물의 삶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풍경에 엄격한 질서와 조화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삶의 본질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의 풍경에는 자연 배경과 특별히 선택된 건축물이 등장한다. 작품 속 자연 풍경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푸생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본질적인 자연의 이미지이며, 고대의 건축물 역시 배경의 일부로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 전경, 중경, 후경의 명백한 구분과 좌우상하의 대칭, 전경에서 후경으로의 점진적인 공간 이행, 수평과 수직의 기하학적 질서 등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에 엄격한 질서와 조화를 부여했다. 따라서 그는 영웅적 인물의 삶을 소재로, 자연에서 위대하고 특별한 것만을 선별하여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본질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푸생은 작품 제작에 있어 자신이 정한 표현 원리들을 명료한 법칙으로 규정하여 모든 작품에 엄격하게 적용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예술은 의식적인 작업의 결과이다. 이 때문에 감상자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되는 미적 즐거움은 감각적이라기보다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출전) 임영방, 「바로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