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도시 광장」



이미지란 무엇인가? 근대 철학자들은 우리가 현실 세계의 사물을 감각에 의해 지각하여 실재 세계를 구성하듯 이미지도 감각을 바탕으로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현실 세계는 인간에 의해 지각되기 이전에 이미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의미하고, 실재 세계는 이러한 현실 세계를 인간의 지각에 의해 파악한 세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미지는 감각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은 불완전하게 지각된 모사물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지가 지각의 하위 영역이며 실재 세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미지 이론’을 통해 상상 세계를 제시하면서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르트르는 “ⓐ실재 세계와 상상 세계는 본질적으로 서로 공존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며 이 두 세계는 지각과 상상이라는 인식 방법의 차이에 따라 달리 인식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는 두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지각에 의해 인식하기도 하고 상상에 의해 이미지로 인식하기도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사르트르는 현실 세계가 우리의 의식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실재 세계와 상상 세계로 나누어지며 이 둘이 동시에 인식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르트르는 이전까지 실재 세계에 속한 영역이자 열등한 복사물 정도로 ㉢여겨져 왔던 이미지를 실재 세계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상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정신 의식으로 규정하였다. 


이렇게 사르트르에 의해 실재 세계로부터 독립된 이미지는 인식된 그 순간부터 온전한 전체가 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각에 의해 인식된 실재 세계는 세부적 특성이 파악될 때마다 변화하는 것에 비해 이미지는 우리가 아는 만큼만, 혹은 우리가 의도한 만큼만 구성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상을 비추는 조명의 색이 ㉣달라지면 실재 세계에서 지각되는 색채는 그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미지는 조명의 색이 달라지더라도 상상 세계에서 항상 같은 색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지는 지각에 의해 파악되는 실재 세계의 속성들과 단절되어 상상 세계에서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작년에 외국으로 떠난 친구에 대해 상상할 때, 그와 함께 하던 빈 방을 보며 그의 부재라는 실재 세계는 사라지고, 상상 세계에 이미지화되어 있는 친구의 모습만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본다면, 예술은 늘 변할 수밖에 없는 실재 세계가 아닌 독립된 상상 세계에서 인식되어야 한다. 고전적인 조각의 경우를 예로 들면 예술가는 자신이 지각한 그대로를 완벽하게 표현하려 ㉤애쓰지만 실재 세계에서 인식되는 대상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결국 지각에 의한 재현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각을 상상 세계에서 이미지화하면 의도한 만큼 작품을 변하지 않게 구성할 수 있다. 이때 비로소 예술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르트르는 변화하는 실재 세계가 아닌 독립된 상상 세계에서 예술을 대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 (출전) 지영래, <사르트르의 미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