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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체내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로 모두 여러 개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질들은 음식물과 소화액이 섞인 걸쭉한 수용성 혼합물인 미즙의 상태로 소화된다. 탄수화물은 당을, 단백질은 아미노산을 기본 단위로 결합되어 있으며 수용성을 띤다. 그러나 지방은 지방산 3개와 글리세롤 1개가 결합한 트리글리세리드가 기본 단위인데, 트리글리세리드는 물에 녹지 않는 소수성을 띠며 자기들끼리 쉽게 응집되어 지방 덩어리를 이루는 특성이 있다. 또한 탄수화물은 입과 소장에서, 단백질은 위와 소장에서 소화가 주로 진행되나 지방은 그 특성으로 인해 소장에서 소화가 주로 이루어진다. 


지방의 소화에는 ㉠라이페이스(lipase)와 ㉡담즙염(bile salt)이 관여한다. 라이페이스는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로 침샘, 위, 이자에서 분비되나 입, 위보다는 소장 내강*에서 본격적으로 작용한다.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라이페이스는 지방 덩어리 표면 근처의 분자에만 작용할 수 있어 그 속에 있는 지방 분자를 분해할 수 없다. 쓸개에서 분비되는 담즙염은 지방 덩어리를 잘게 쪼개어 미즙 속에서 라이페이스가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담즙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인 담즙염은 친수성과 소수성을 함께 갖고 있어 지방 덩어리를 만나면 소수성 부위는 안쪽인 소수성 입자를 향해, 친수성 부위는 바깥쪽인 물을 향해 흡착된다. 그 결과 작은 지방 덩어리로 잘게 쪼개지는데 표면에 흡착된 담즙염의 친수성 부위는 음전하의 성질을 띠고 있어, 서로 반발하므로 재결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담즙염은 지방 소화 효소는 아니므로 트리글리세리드를 분해하지 못한다. 분해되지 못한 트리글리세리드는 그 성질과 크기로 인해 소장의 상피세포로 들어가기 어렵다.


쪼개진 지방 덩어리에 라이페이스가 작용하면 트리글리세리드는 모노글리세리드와 두 개의 지방산으로 분해된다. 그런데 이들은 소수성이어서 수용성 환경인 미즙 상태에서 쉽게 들어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소수성과 친수성을 함께 가진 담즙염과 레시틴 등은 모노글리세리드와 지방산을 중심으로 내부는 소수성을, 외부는 친수성의 성질을 띠는 형태로 모인다. 이러한 분자 집합체를 미셀(micelle)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모노글리세리드와 지방산은 미즙에서 상피세포 표면으로 이동한 후, 미셀에서 떨어져 나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장에서 소화되어 상피세포로 흡수된 모노글리세리드와 지방산은 필요한 세포로 운반된다. 먼저 이들은 운반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트리글리세리드로 재합성된다. 그런데 지용성인 트리글리세리드가 혈관에 들어가면 다른 물질들과 뭉쳐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형성하여 혈관을 막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백질 등의 물질로 포장되어 카일로마이크론(chylomicron)이라는 복합체를 형성한다. 하지만 카일로마이크론은 모세혈관을 통과할 만큼 작지 않아 순환 조직인 림프관을 통해 필요한 세포로 운반된다.


*내강: 동맥이나 소화관과 같은 관상 구조 내부의 비어있는 공간.



― (출전) 김옥용 외, 「인체생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