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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물을 분간하고 세상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망막의 역할이 중요하다. 망막은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이 상을 맺는 곳이며, 그 빛 자극을 우리의 뇌가 인지할 수 있도록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뇌로 전달하는 신경 조직이다. 따라서 망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빛이 아무리 충분해도 우리가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망막은 광수용체, 양극세포, 신경절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빛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부분은 광수용체이다. 광수용체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를 일컫는데 이들은 빛의 밝기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막대세포는 망막의 주변부에 분포하고 주로 0.1Lux 이하의 어두운 곳에서 약한 빛을 감지한다. 막대세포에는 빛에 대한 민감도가 뛰어난 로돕신이라는 광수용 색소가 있어 어둠 속에서도 사물의 명암이나 형태를 구분할 수 있게 한다. 로돕신은 어두운 곳에서 옵신이라는 단백질에 레티넨이 결합하여 형성되는데, 빛이 들어오면 옵신과 레티넨으로 즉시 분해된다. 이때 일어나는 광화학 반응으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하고 이 신호가 시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된다. 레티넨은 비타민 A가 바뀌어 만들어지는데, 밝은 곳에서는 옵신과 결합하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옵신과 결합하여 로돕신이 된다. 이렇게 로돕신의 합성과 분해가 반복되면서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의 파악이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된다. 분해된 레티넨은 망막에서 빠져나가므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새로운 레티넨의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야맹증을 겪게 된다.


원뿔세포는 주로 망막의 중심부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빛에 대한 민감도는 낮지만 빨강, 녹색, 파랑의 가시광선 파장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적추체, 녹추체, 청추체라는 세 종류의 광수용 색소가 있어 0.1Lux 이상의 밝은 곳에서 색채를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광수용 색소가 다를 뿐 원뿔세포의 광화학 반응은 막대세포와 그 과정이 비슷하다. 원뿔세포의 광수용 색소 중 하나에 이상이 생기면 색맹이 된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면 망막의 감응도가 어두운 곳에 고정되어 있어 순간적으로 눈이 부시다. 이는 강한 빛 자극에 막대세포와 원뿔세포에 있는 대량의 광수용 색소가 즉각적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때 양극세포는 막대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원뿔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여 원뿔세포가 약 1분 이내에 빛의 밝기에 알맞게 반응하도록 조절한다. 반대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양극세포에 의해 원뿔세포의 기능이 억제되고 막대세포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막대세포가 로돕신을 왕성하게 합성하면서 망막의 감응도가 증가하여 20~30분 내에 빛의 밝기에 알맞게 반응하게 된다. 이 둘의 반응 시간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른 광수용 색소보다 로돕신의 합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신경절세포는 이런 과정을 거쳐 광수용체에서 양극세포까지 전달된 전기적 신호를 다시 시신경으로 전달하여 궁극적으로 대뇌의 시각중추가 빛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출전) 실버톤, <생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