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구성하는 전체 물질의 질량 중 약 85%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차지하고 있지만, 암흑 물질은 어떤 망원경으로도 관측되지 않으므로 그 존재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1933년 츠비키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의 질량을 추정하다가 암흑 물질의 개념을 생각해 내었다. 그는 은하들의 속력으로부터 추정한 은하단의 질량이 은하들의 밝기로부터 추정한 은하단의 질량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은하단 내부에 ‘실종된 질량’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1970년대에 루빈은 더 정확한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이 ‘실종된 질량’의 실재를 확증하였다. 나선 은하에서 별과 같은 보통의 물질들은 중심부에 집중되어 공전한다. 중력 법칙을 써서 나선 은하에서 공전하는 별의 속력을 계산하면, 중심부에서는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속력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심부 밖에서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중심 쪽으로 별을 당기는 중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림>의 곡선 A에서처럼 거리가 멀어질수록 별의 속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실제 관측 결과, 나선 은하 중심부 밖에서 공전하는 별의 속력은 <그림>의 곡선B에서처럼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무관하게 거의 일정하다. 이것은 은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일수록 은하 중심 쪽으로 그 별을 당기는 물질이 그 별의 공전 궤도 안쪽에 많아져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줄어드는 중력을 보충해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루빈은 별의 공전 궤도 안쪽에 퍼져 있는 추가적인 중력의 원천, 곧 암흑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정하였다. 그 후 암흑 물질의 양이 보통의 물질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림>



이후 2006년에 암흑 물질의 중요한 성질이 탄환 은하단의 관측을 바탕으로 밝혀졌다. 탄환 은하단은 두 개의 은하단이 충돌하여 형성되었다. 두 은하단이 충돌할 때 각각의 은하단에 퍼져 있던 고온의 가스는 서로 부딪쳐 탄환 은하단의 중앙에 모인다. 반면 각각의 은하단 안에서 은하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은하단이 충돌할 때 은하들끼리는 좀처럼 충돌하지 않고 서로 엇갈려 지나간다. 이때 각각의 은하단에 퍼져 있던 암흑 물질도 두 은하단의 은하들과 함께 엇갈려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써 암흑 물질은 가스나 별과 같은 보통의 물질뿐 아니라 다른 암흑 물질과도 거의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