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뉴턴(1643~1727)



지구는 약 1,600 km/h 속도로 자전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어떤 기차가 1,600km/h 속도로 동 쪽에서 서쪽으로 달리는데, 이 상황을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어떻게 보일까? 우주에서 바라보면 기차는 지구 자전과 빠르기는 같되 방향은 반대여서 결국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갈릴레이는 속도는 상대적인 물리량일 뿐이므로 모든 운동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기준이 없는 속도는 물리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뉴턴은 물체의 운동에 대해 갈릴레이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하며 정지 상태와 등속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물었다. 운동하는 물체는 실제로 운동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실제로 정지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 뉴턴은 두 상태를 구별할 기준점이 필요했다. 즉 무엇에 대하여 정지해 있고, 등속 운동을 한다는 것인지를 탐구했다. 그래서 뉴턴은 우리의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지만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존재하면서 움직이지도, 변하지도 않는 공간을 상정하고 이를 절대 공간이라 명명했다. 뉴턴이 생각한 공간은 물리적인 실체로서, 운동하는 물체가 특정 시간에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규정지을 수 있는 절대적 배경이다.


뉴턴의 관점을 따른다면 마찰력이 없는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제자리를 돌 때, 양팔이 바깥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절대 공간에 대하여 가속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장비를 동원하여 얼음판 전체를 회전시키고 우리는 그 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한다면 얼음판과 우리 사이의 상대 운동은 이전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지만 우리는 절대 공간에 대하여 정지해 있으므로 양팔이 바깥쪽으로 당겨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뉴턴의 공간은 비유하자면 마치 모눈종이처럼 고정된 좌표계를 갖고 있어서 모든 운동은 그 좌표에서의 움직임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그는 절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서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절대 공간 개념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턴은 공간이 물리적 실체라고 했지만 19세기에 ㉠ 마흐는 공간은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운동은 상대적으로 측정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공간이란 한 물체와 다른 물체 사이의 상대적 위치 관계를 서술하는 용어이지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우주를 상상해 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몸이 회전하고 있다면 팔과 다리에는 아무런 느낌도 전달되지 않고 몸이 회전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보았다. 즉 이 경우 회전 상태와 비회전 상태가 물리적으로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마흐에 따르면 회전하는 몸에 느껴지는 힘은 주변에 널려 있는 물체의 분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별이 단 하나밖에 없는 우주에서 회전한다면 아주 미미한 힘을 느끼고, 별이 지금보다 많은 우주에서 회전한다면 현재보다 큰 힘을 느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운동은 궁극적으로 우주 내에서 물질의 분포 상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 공간을 운동의 궁극적 기준으로 삼았던 뉴턴과 달리 마흐는 우주에 분포해 있는 물체들을 운동의 기준으로 삼았다. 마흐의 공간 개념은 아인슈타인이 공간과 우주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에른스트 마흐(1838~1916)



― 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