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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 논증은 두 개의 전제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연역 논증이다. 이때 두 전제로부터 그 결론만이 반드시 도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규칙에 따라 추론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 추론 과정에서 자주 오류를 범한다. 인지 실험 연구자들은 삼단 논증의 추론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 현상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오류의 원인을 분석했다.


인지적 측면에서 오류의 원인을 분석한 최초의 주요 이론은 ‘분위기 이론’이다. 분위기 이론은 <모든 A는 B이다. 어떤 B는 C이다.>에서 <어떤 A는 C이다.>가 반드시 도출되는 것이 아님에도, ‘반드시 도출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전제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전제가 긍정인가 부정인가, 전칭(‘모든’)인가 특칭(‘어떤’)인가에 따라 일정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결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분위기 이론은 사람들이 두 전제가 모두 긍정문이면 긍정 결론을, 하나라도 부정문이면 부정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또한 두 전제가 모두 전칭이면 전칭 결론을, 하나라도 특칭이면 특칭 결론을 선호한다고 본다. 하지만 똑같은 결론이 도출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삼단 논증에 대한 사람들의 상이한 반응을 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모든 A는 B이다. 어떤 B는 C이다. 따라서 어떤 A는 C이다.>라는 부당한 논증과 <어떤 A는 B이다. 모든 B는 C이다. 따라서 어떤 A는 C이다.>라는 타당한 논증이 주어졌을 때, 분위기 이론은 피험자들이 두 논증의 결론을 모두 비슷한 비율로 ‘반드시 도출된다’라고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왜냐하면 전제 하나가 특칭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험자들은 타당한 논증인 후자를 부당한 논증인 전자보다 더 높은 비율로 ‘반드시 도출된다’를 선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 이론으로는 구체적으로 추론의 어떤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삼단 논증에서 오류를 범하는 이유를 그 추론 과정에 주목하여 분석한 것으로는 ‘심적 모형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삼단 논증의 전제를 만족시키는 심적 모형을 만들고 결론이 만족스러운지 그 모형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고 설명한다. 가령 <모든 사각형은 음영이 있는 도형이다. 어떤 음영이 있는 도형은 뚜렷한 윤곽이 있다.>에서 <어떤 사각형은 뚜렷한 윤곽이 있다.>가 ‘반드시 도출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어진 전제로부터 오른쪽 그림과 같은 심적 모형을 상상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피험자들은 삼단 논증의 전제를 만족시키는 심적 모형을 만들고 결론이 만족스러운지 그 모형을 살펴보고 결론이 만족스럽다면 ‘반드시 도출된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증의 전제를 만족시키는 다른 심적 모형을 마음속에서 표상한다면 <어떤 사각형은 뚜렷한 윤곽이 있다.>가 이 전제로부터 반드시 도출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적 모형 이론은 전제로부터 결론이 반드시 도출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전제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모형을 모두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사람들이 이러한 모형 구성에 실패하기 때문에 삼단 논증 추론에서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삼단 논증 추론에서 오류가 생기는 원인을 명제의 잘못된 ‘환위’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론도 있다. 환위란 주어진 명제에서 주어와 술어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모든 A는 B이다.>를 <모든 B는 A이다.>로, <어떤 A는 B가 아니다.>를 <어떤 B는 A가 아니다.>로 환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환위가 비논리적 결과를 야기한다. 즉 같은 뜻을 갖고 있는 문장이 아니므로 논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결론이 담고 있는 내용에 영향을 받아 오류를 범할 때도 있다. 피험자들은 두 전제로부터 그 결론이 반드시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 체계와 정합적이거나 적어도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성향, 이른바 ‘믿음 편향’이 있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에번스는 사람들이 일단 결론의 믿을 만함을 평가하고, 믿을 만하면 논리적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그대로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믿을 만하지 못하면 그제야 논리적 규칙을 적용하여 삼단 논증을 점검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폴라드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제들이 논리적으로 더 복잡하다고 해서 그에 따라 믿음 편향 효과가 더 증가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지 오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부 인지 심리학자들은 여러 실용적 목적에서 효율적인 수준이라고 만족한다면 사람들이 합리성이나 논리적 정합성을 기꺼이 버리는 사고를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인지적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전통적 관점과 달리 인간이 논리적 사고 중심의 인지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 석봉래, ‘논리와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