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 질서와 조화를 보장하는, 인간에 내재하는 숨은 성질은 무엇인가? 18세기 영국에서는 이 문제에 접근하는 두 흐름이 있었는데, 하나는 개인의 이성에서 사회 질서의 원리를 찾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인에 내재하는 선천적인 도덕 감정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후자에 속하는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의 핵심을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동감 능력이라고 보았다.
그가 말하는 동감은 관찰자가 상상에 의한 역지사지를 통해 행위자와 감정 일치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관찰자는 행위자가 직면한 상황과 처지 속에서 자신이라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실제로 관찰되는 행위자의 감정 및 행위와 비교하여 양자가 일치할 경우 거기에 동감하게 된다. 이때 관찰자는 행위자의 감정과 행위를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승인하게 되며, 이와 달리 자신이 상상한 것과 다를 경우에는 적정성이 없는 것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동감의 원리는 한 개인이 자신의 감정과 행위를 판단할 때에도 적용된다. 한 개인에게도 이기적 충동에 지배되는 행위자로서의 자기와 상상에 의해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며 반성하는 자기가 있다. 이 관찰자는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 감정과 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또 다른 자기로, 스미스는 이러한 추상적 존재를 ‘가상의 공평한 관찰자’ 혹은 ‘마음속의 이상적 인간’이라 표현하였다. 자신의 감정과 행위는 이와 같은 관찰자의 동감에 의해 도덕적인 것으로 승인받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행위자의 행위는 이타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공평한 관찰자의 동감을 얻을 수 있다면 도덕적인 것으로 승인받을 수 있다. 공평한 관찰자가 자신도 행위자와 동일한 처지에 있었다면 같은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동감한다면, 행위자의 이기적인 행위도 도덕적인 것으로 승인받을 수 있다. 반면 이타적인 행위라도 그것이 적정성을 지니지 못해 도덕적인 것으로 승인받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전혀 돌보지 않고 타인만을 위한 이타적 행위에 몰두하는 것은 공평한 관찰자의 동감을 얻기 어렵다.
그는 공평한 관찰자의 동감을 얻을 수 있는 범위까지 이타적 행위가 확대되는 것을 자혜라 하고, 공평한 관찰자의 동감을 얻을 수 있는 범위까지 이기적 행위가 억제되는 것을 정의라고 하였다. 자혜는 타인에 대한 적극적 시혜이므로, 사람들이 이를 행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보복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혜에는 수익자는 있으나 피해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 명예 등을 침해하기 쉬우므로 결국 보복 감정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정의에 대한 침범은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스미스는 사회적 기능과 의미의 차원에서 자혜와 정의를 구별할 것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혜는 정의보다 사회의 존속을 위해 덜 중요하다.” 사회는 구성원 간에 상호 애정이 없어도 존립할 수 있으나, 정의가 침범 당하면 혼란이 극에 달하여 사회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즉, 정의는 사회 존립의 기초가 되는 것이며, 이러한 정의를 존재케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도덕 감정, 즉 동감인 것이다.
- 애덤 스미스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료 ― https://youtu.be/Dyao3YN-VL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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