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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는 별개의 대상을 같은 이름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것들이 무엇인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옆집에서 키우는 ‘진돗개’와 우리 집에서 키우는 ‘치와와’를 생김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개’라고 부른다면, ‘개’라는 이름이 뜻하는 그 무엇, 즉 ‘개’라는 개념이 포함하고 있는 속성을 ‘진돗개’와 ‘치와와’가 공유하는 것으로 보아 둘 모두를 ‘개’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개념이 범주화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개념과 범주는 무엇일까? 개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 상징적인 대상들의 공통된 속성을 추상화하여 종합화한 보편적 관념을 말하고, 범주는 같은 성질을 가진 부류나 범위라고 말할 수 있다. 개념은 내포(內包)와 외연(外延)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포는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에 속하는 여러 사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필연적 성질 전체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생물이라는 말의 경우 ‘생명을 가지고 생활 현상을 영위하는 존재’가 내포가 된다. 반면 외연은 그 개념이 ㉡지시할 수 있는 대상 전체의 범위를 가리킨다. 생물이라는 말의 외연은 생물이라는 개념이 지시할 수 있는 대상 전체, 곧 동물, 식물 등이 된다. 이는 외연이 범주화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다. 


범주화란 특정한 사례가 특정한 범주의 구성원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특정한 개념이 다른 개념의 부분 집합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범주화는 위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하위 범주인 ‘작은북’은 상위 범주인 ‘북’의 부분 집합이 되며, ‘북’은 보다 높은 상위 범주인 ‘타악기’의 부분 집합이 되는 식이다. 이러한 범주화는 인간이 사물과 현상을 변별하고, 이해하고, 추론하고, 기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만일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그 경험을 개별적인 속성에 기초해서 독특한 것으로 지각한다면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에 ㉢압도당할 것이며, 접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접하는 모든 대상들을 그 이전에 경험한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속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한다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경험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범주화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물이나 현상들을 의미 있는 단위로 분할하여 이해하고 설명하며, 그 사물이나 현상들과 관련 있는 이후의 일들을 ㉣예상할 수 있게도 해 준다. 예를 들어 ‘침엽수’가 침 모양의 잎사귀를 가지고 있으며, 건조와 추위에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가을에 여행을 가서 침 모양의 잎사귀를 가진 나무를 본다면, 그는 그 나무를 침엽수로 범주화하여 그 나무가 겨울의 매서운 추위에도 잘 견딜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주화는 인류가 오랫동안 지식을 ㉤축적해 온 방법으로 유용한 도구이지만 범주화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성급하게 범주화하여 오판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판단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범주화할 수 있어야 한다. 


― 이정모 외, ‘인지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