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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이란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일관된 견해로 세계관의 차이에 따라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달리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성리학은 이(理)와 기(氣)의 개념에 바탕을 둔 세계관을 통해 도덕적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理)는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내재된 보편적인 이치나 원리를 말한다. 이러한 이(理)는 모든 사물에 본성으로 내재한다. 특히 성리학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이치로서의 선한 본성이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한편 성리학은 개개인의 도덕성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데에 차이가 생겨나는 이유를 기(氣)에서 ⓐ찾는다. 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악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칫 악으로 흐를 수 있는 기를 다스리기 위한 부단한 수양을 통해 순수한 본성이 오롯이 발현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을 위해 성리학에서는 내면에 대한 관조를 통해 경건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여 악으로 흐를 수 있는 기를 통제하고자 하였다.


실학자 정약용은 성선설에 바탕을 둔 기존의 성리학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할 줄 아는 분별 능력을 갖춘 윤리적 욕구라고 말하며 ㉠새로운 인성론을 주창하였다. 인간에게는 선을 좋아하는 윤리적인 욕구만이 주어졌을 뿐이므로 선을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선을 실천해야만 비로소 도덕성이 갖추어진다는 것이다. 즉 도덕성이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선에 대한 주체적인 선택과 지속적인 실천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실천이 이루어질 때 선에 대한 욕구가 충족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약용은 선의 실천이 나와 타인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학자 최한기는 세계의 모든 존재는 기(氣)라는 보편적인 요소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모든 존재의 본성인 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에 선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기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변화하는 것으로 외부 세계와 소통하면서 선악이 나타난다. 인간의 윤리도 기의 운동과 변화에 합치되면 선하고 도덕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 된다. 인간은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를 경험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지각을 형성하며 이런 지각은 추측에 의해 확장된다. ‘추측’은 논리적인 추론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윤리적 공부나 실천과 같은 경험적인 부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올바른 추측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게 될 때 그것이 선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 된다. 추측을 바르게 하지 못해 외부 세계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자기 내면이 아니라 외부 세계의 운동과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최한기는 외부의 사물이나 사태에 대한 올바른 추측과 부단한 소통으로 도덕성이 실현되는 공동체의 세계를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성리학은 형이상학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내면적 수양을 강조하였으며, 정약용과 최한기는 실천과 소통을 중시하는 경험주의적 세계관을 토대로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도덕성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 임부연, <실학에 길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