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철학 (100)

독서/인문

서구 철학의 인식론(2021, 고3, 3월)^

서구 철학 전통에서는 앎, 즉 지식을 ‘정당화된 참인 믿음’이라고 파악한다. 참인 믿음을 갖는 것만으로 지식을 가졌다고 말하기에 불충분한 이유는 우리가 어쩌다 참인 믿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어떤 믿음이 참이라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가질 때 비로소 그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화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통적인 인식론에서는 명제 P가 실제로 참이며, 인식 주체 S가 P를 믿고 있고, S는 P라는 그의 믿음에 대해 정당한 이유나 근거를 가지고 있을 때, S는 P라는 것을 안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정당성, 참, 믿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된다면 우리가 지식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의 전통적인 인식론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던 지식의 세 가지 요소가 지식의 필요..

독서/인문

카르납과 로티가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2020, 고3, 7월)

언어 분석철학자인 카르납은 어떤 언명이 어법에 맞지 않거나 관찰 가능한 경험적 문장으로 환원될 수 없을 경우에 그 언명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이를 ‘사이비 언명’이라 부르며 배척하였다. 예를 들어 다음의 두 문장을 살펴보자. Ⅰ. 카이사르는 그리고(Ceasar is and). Ⅱ. 카이사르는 소수이다(Ceasar is a prime number). ‘Ⅰ’은 어법에 맞지 않아서, ‘Ⅱ’는 참과 거짓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관찰 사실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이비 언명’에 해당한다. 카르납은 특히 Ⅱ와 같은 유형의 사이비 언명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이 언어를 통해 형이상학적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하이데거는 ‘무(無)란 무 자체가 무..

독서/인문

악셀 호네트의 인정 이론(2020, 고3, 4월)+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현대 사회는 개인이 자아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병리적 사회가 되었으며, 그 원인이 무시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대 사회가 병리적 사회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정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네트는 어떤 점에서 사회적 인정이 개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한다고 보았을까?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개인의 자아 형성 과정을 ‘목적격 나’와 ‘주격 나’의 관계를 통해 밝힌다. 여기서 목적격 나란 한 개인이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생각과 기대를 일반화하여 형성한 자아상을 말한다. 즉 목적격 나는 사회적으로 개인에게 요구되는 자아상이다. 그리고 주격 나는 목적격 나에 반응하여 자아를 형성하기 이전의 자아상으로, 개인이 자아를 형성할..

독서/인문

알랭 바디우가 말한, 사회 구조의 변화(2019, 고3, 10월)

현대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정치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를 뽑아 정부를 잘 운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사회 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회 구조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에 대해 바디우는 ㉠ ‘사건’을 계기로 ㉡ ‘진리’가 만들어지면서 사회 구조가 변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디우에 따르면, 사건이란 기존의 사회 구조를 뒤흔들 만큼 충격적인 일이면서 미리 계획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사건은 의도적으로 발생시킬 수 없는 것으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키지만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의 특정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바디우는 사건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만 사회 ..

독서/예술

들뢰즈가 제안한 생성의 원리와 랜드스케이프 건축(2019, 고3, 7월)

㉠근대 철학에서는 대상이 지닌 고정된 진리나 고유한 본질에 해당하는 동일성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 동일성을 그대로 표상하는 것, 즉 얼마나 유사하게 동일성을 재현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들뢰즈는 표상이 대상들이 지닌 차이를 동일성에 종속시키는 것이라 비판하였다. 들뢰즈는 대상이 다른 대상들과 관계 맺으며 펼쳐지는 무수한 차이를 긍정하며 세계를 생성의 원리로 설명하고자 했다.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란 두 대상을 정태적으로 비교해서 ⓐ나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두 대상이 만나고 섞임으로써 ‘생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A)’과 ‘자동차(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원래 땅 위를 달리며, 달리기와 관련된 근육이 발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A가 ..

독서/과학

서양 우주론의 발전과 이에 영향 받은 중국의 우주론(2018, 수능)

16세기 전반에 서양에서 태양 중심설을 지구 중심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작된 천문학 분야의 개혁은 경험주의의 확산과 수리 과학의 발전을 통해 형이상학을 뒤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졌다. 서양의 우주론이 전파되자 중국에서는 중국과 서양의 우주론을 회통하려는 시도가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적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여 푸는 수학적 전통을 이어받은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을 단순하게 기술할 방법을 찾고자 하였고, 그것이 ⓐ일으킬 형이상학적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의 중심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지구의 주위를 달, 태양, 다른 행성들의 천구들과, 항성들이 붙어 있는 항성 천구가 회전한다는 지구 중심설을 내세웠다. 그와 달리..

독서/예술

근대 도시와 영화의 체험에 대한 벤야민의 견해(2018, 9월모평)

근대 도시의 삶의 양식은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오랫동안 지배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삶의 양식 중 노동 양식에 주목하는 ㉠생산학파의 견해였다. 생산학파는 산업 혁명을 통해 근대 도시 특유의 노동 양식이 형성되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우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갖춘 근대 생산 체제가 대규모의 노동력을 각지로부터 도시로 끌어 모으는 현상에 주목했다. 또한 다양한 습속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대규모 기계의 리듬에 맞추어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노동자가 되는지 탐구했다. 예를 들어, 미셸 푸코는 노동자를 집단 규율에 맞춰 금욕 노동을 하는 유순한 몸으로 만들어 착취하기 위해 어떤 훈육 전략이 동원되었는지 연구하였다. 또한 생산학파는 노동자가 기계화된 노동으로 착취당하는 동안 감각과 감성으로..

독서/예술

예술 작품에 대한 철학자들의 관점 차이(2018, 고3, 7월)*

예술 작품을 현실의 모방이나 재현으로 보며 감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기존의 관점과 달리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 자체를 진리가 드러나는 통로로 보았다. 하이데거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존재자로, 그러한 존재자를 존재자답게 만드는 것을 ㉡존재로 규정하고, 예술 작품의 진리는 존재자의 존재가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고 보았다. 특히 하이데거는 존재자 중 인간이 실용적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을 ‘도구’로 규정했는데, 예술 작품은 단순히 도구를 정확히 모사해서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예술 작품은 도구의 존재를 드러냄에 따라 존재자의 비은폐성을 이끌어 내어, 존재자의 본질을 열어 보여 주..

독서/인문

홉스, 루소, 니체의 '자연'(2018, 고3, 4월)*

서구에서 ‘자연’은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졌는데, 이 개념에는 자연이라는 말로 지칭되는 대상 자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상태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자연이라는 개념에 부여되는 의미는 철학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했는데, 근대에 홉스와 루소는 자연 개념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였다. 홉스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문명화된 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그가 자연을 통제 불능의 무자비한 경쟁 상태로 인식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계속되는 전쟁과 내란이라는 현실 속에서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 삶이 보여주는 잔혹함과 폭력성을 깨닫게 되었다. 즉,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가혹한 싸움을 겪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이기주의자가 되어 결국 폭력이 난무..

독서/인문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2017, 수능)

자연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목적 지향적인가? 자기 몸통보다 더 큰 나뭇가지나 잎사귀를 허둥대며 운반하는 개미들은 분명히 목적을 가진 듯이 보인다. 그런데 가을에 지는 낙엽이나 한밤 중에 쏟아지는 우박도 목적을 가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자연물이 목적을 추구하는 본성을 타고나며, 외적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 본성에 따른 운동을 한다는 목적론을 제시한다. 그는 자연물이 단순히 목적을 갖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실현할 능력도 타고 나며, 그 목적은 방해받지 않는 한 반드시 실현될 것이고, 그 본성적 목적의 실현은 운동 주체에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자신의 견해를 “자연은 헛된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요약한다. 근대에 접어들어 모든 사물이 생명력을 갖..

독서/예술

메를로퐁티와 로댕(2017, 고3, 10월)*

ⓐ저명한 프랑스의 현대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조각이 시각적인 예술이라는 통념을 거스른다. ‘생각하는 사람’은 작가가 청동 자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표면이 거칠며 시각적으로 완벽한 실루엣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생각하는 사람’을 마주한 감상자는 표면의 거친 질감 자체를 경험하게 된다. 시각적인 조각 작품을 대한 감상자가 거친 표면에 반응한다는 것은 조각이 오직 ‘눈’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몸’을 위한 예술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표면의 질감에 반응하는 촉각적 경험은 눈과 손, 코와 귀 등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우리의 ‘몸’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품 경향은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몸(corps)의 철학’을 생각나게 한다. 메를로퐁티는 모든 경험은 인간의 몸..

독서/인문

사회 정의를 말한 대표적인 철학자들(2017, 고3, 7월)

정의(正義)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로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를 개개인에게 할당하고 이익과 부담을 분배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따라서 정의의 실현은 정의를 정의(定義)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사회 정의를 말한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롤스, 노직, 왈처가 있다.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노직은 소유 권리로서의 정의, 왈처는 복합 평등으로서의 정의를 ⓐ주창했다. 롤스의 정의론은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공리주의자들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기준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그러나 롤스는 사회적 효용성을 증가시킨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가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혜택..

독서/인문

율곡의 법제 개혁론(2017, 6월모평)*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학문으로 성학(聖學)이라고도 불린다. ‘수기’는 사물을 탐구하고 앎을 투철히 하고 뜻을 성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자신을 닦는 일이며, ‘치인’은 집안을 바르게 하고 나라를 통치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기치인을 통해 하늘의 도리인 천도(天道)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이러한 유학의 이념을 적극 수용했던 율곡 이이는 수기치인의 도리를 밝힌 『성학집요』(1575)를 지어 이 땅에 유학의 이상 사회가 구현되기를 소망했다. 율곡은 수기를 위한 수양론과 치인을 위한 경세론을 전개하는데, 그 바탕은 만물을 ‘이(理)’와 ‘기(氣)’로 설명하는 이기론이다. 존재론의 측면에서 율곡은 ‘이’를 형체도 없고 ..

독서/예술

엔투시아스모스와 테크네(2017, 고3, 4월)

일반적으로 예술(藝術)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것은 춤, 시, 음악, 건축, 회화, 조각 등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춤, 시, 음악은 ‘엔투시아스모스(enthousiasmos)’로부터, 그리고 건축, 회화, 조각은 ‘테크네(techne)’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였다. 보통 ‘엔투시아스모스’는 ‘열광’, ‘열정’을 의미하고 ‘테크네’는 ‘기술’, ‘제작’을 의미한다. 엔투시아스모스와 테크네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예술 작품 창작의 기원으로 여겨졌는데, 예술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엔투시아스모스는 종교적인 행사에서 사제가 신의 메시지를 얻기 위해 신과 교감하는 열광적인 상태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상태가 사제뿐만 아니..

독서/인문

지식의 구분(2016, 수능)

㉠ 논리실증주의자와 포퍼는 지식을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학 지식처럼 경험과 무관한 것과 과학적 지식처럼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중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가설은 과학적 지식의 후보가 되는 것인데, 그들은 가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 등의 경험을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함으로써 그 가설을 시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논리실증주의자는 예측이 맞을 경우에, 포퍼는 예측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예측을 도출한 가설이 하나씩 새로운 지식으로 추가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 새로 발견된 금속 M은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 가설만 가지고는 ⓑ 열을 받은 M이 팽창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