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el Honneth (1949- )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현대 사회는 개인이 자아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병리적 사회가 되었으며, 그 원인이 무시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대 사회가 병리적 사회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정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네트는 어떤 점에서 사회적 인정이 개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한다고 보았을까?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개인의 자아 형성 과정을 ‘목적격 나’와 ‘주격 나’의 관계를 통해 밝힌다. 여기서 목적격 나란 한 개인이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생각과 기대를 일반화하여 형성한 자아상을 말한다. 즉 목적격 나는 사회적으로 개인에게 요구되는 자아상이다. 그리고 주격 나는 목적격 나에 반응하여 자아를 형성하기 이전의 자아상으로, 개인이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래서 주격 나는 목적격 나를 내면화하여 자아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주격 나가 목적격 나에 반발할 수도 있다. 주격 나가 목적격 나에 반발할 때는, 주격 나가 새로운 자아상을 목적격 나에게 주장할 수 있고 목적격 나가 이를 받아들여야만 개인은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호네트에 의하면 개인의 주격 나가 목적격 나에 반응하여 자아를 형성하는 데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들, 즉 개인과 타인의 상호 인정이 전제된다. 그래서 개인은 상호 인정 관계에서 자아를 형성할 수 있고, 상호 인정 관계에서 자아를 형성한 개인은 사회적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자기의식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호 인정 관계에서 개인이 사회적 무시를 경험하면, 해당 개인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기의식이 파괴된다.

호네트는 상호 인정 관계와 이에 따른 긍정적인 자기의식을 세 가지로 유형화한다. 첫 번째는 원초적 관계로,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정서적 배려를 받음으로써 구체적인 욕구와 본능을 가진 존재로 인정받는 상호 인정 관계이다. 원초적 관계에서 정서적 배려를 경험한 개인은 자신의 욕구와 정서가 충족될 수 있고, 언제든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인 자신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개인이 타인으로 부터 학대나 폭행과 같은 무시를 경험하면 자신감은 파괴된다. 두 번째는 권리 관계로,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옳고 그름의 문제들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이성적인 인격체로서 법적 권리를 존중받는 상호 인정 관계이다. 권리 관계에서 법적 권리를 부여받은 개인은, 사회로부터 타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인지하는 자기존중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개인이 마땅히 충족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법적 권리가 사회로부터 부정되는 무시를 경험하면 자기존중감은 파괴된다. 세 번째는 가치 공동체 관계로, 개인이 어떤 가치나 목적을 공유한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의 개성, 즉 능력과 속성을 인정받는 상호 인정 관계이다. 개인은 자신이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때 사회적 연대를 경험하며, 이를 통해 해당 개인은 자신이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지인 자부심을 형성한다. 하지만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속성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부정되는 무시를 경험하면 자부심은 파괴된다.

호네트는 이처럼 세 가지 상호 인정 관계에서 개인이 긍정적 자기의식을 형성할 때, 개인은 성공적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상호 인정 관계에서 무시에 의해 개인의 긍정적인 자기의식이 파괴되면 개인은 자아실현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개인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인정질서에 저항하게 되는데, 여기서 인정질서란 개인의 자아를 인정 대상으로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 기준이나 원칙이다. 호네트는 개인이 새로운 자아상을 기존 인정질서에 주장하면 개인은 기존 인정질서와 대립할 수밖에 없고, 개인의 저항은 기존 인정질서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자아실현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저항으로 확대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모든 저항을 ㉠ 인정투쟁이라고 명명한다. 특히 그는 권리 관계나 가치 공동체 관계에서 발생하는 인정투쟁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개인의 권리나 가치의 범위를 확장하여 새로운 인정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호네트는 인정투쟁이 현대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회복시키는 정당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 (출전) 문성훈, 「악셀 호네트의 인정 이론과 병리적 사회 비판」

@ 2020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33~3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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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위대한 수업>에 악셀 호네트가 출연한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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