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서구에서 ‘자연’은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졌는데, 이 개념에는 자연이라는 말로 지칭되는 대상 자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상태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자연이라는 개념에 부여되는 의미는 철학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했는데, 근대에 홉스와 루소는 자연 개념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였다.

홉스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문명화된 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그가 자연을 통제 불능의 무자비한 경쟁 상태로 인식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계속되는 전쟁과 내란이라는 현실 속에서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 삶이 보여주는 잔혹함과 폭력성을 깨닫게 되었다. 즉,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가혹한 싸움을 겪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이기주의자가 되어 결국 폭력이 난무하게 되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이러한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위해, 개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행사하는 자의적 권리를 포기하고 절대 권력을 지닌 군주가 지배하는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루소는 인간이 문명을 뒤로 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순수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그가 자연을 생명이 충만한 아름다운 전원으로 여긴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자연관은 당시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이다. 루소는 인간 욕망의 결과물인 문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문명에 의 해 형성된 도시의 퇴폐적이고 위선적인 삶을 혐오하였다. 이 때문에 문명을 자연보다 열등한 것으로 폄하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감성으로 인해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 왔던 인간이 문명의 출현으로 퇴폐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감성을 따르는 인간을 이상 적인 인간으로 여겼다.

㉠니체는, 홉스와 루소가 그들이 지향하는 인간 삶의 방향성을 규정하기 위해 인간의 도덕적 가치 판단만으로 자연의 개념을 규정했음을 비판했다. 그는 이런 도덕적 가치 판단에 선행하는, 자연 그 자체를 규정하고자 한다. 니체가 보기에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은 자신을 지키고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것들과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 이는 홉스의 관점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홉스가 자연이 경쟁으로 인해 빈곤할 수밖에 없다고 본 반면, 니체는 자연이 활력이 넘치며 풍요롭다고 보았다. 니체는 도덕이라는 것이 인간의 이성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 인간을 다른 생명체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 결과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인 것이 되었고, 이는 인간이 자신의 해석과 가치 판단을 중심으로 자연을 재단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을 자신과 분리된 존 재로 대상화하면서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지닌 본능을 따르는 활력이 억압당하고 축소되었다고 니체는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루소의 주장과 유사해 보이지만, 니체가 보기에 루소의 자연은 문명의 삶에 지친 인간이 선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미화된 자연일 뿐이다. 니체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단순히 인간이 문명을 떠나 자연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근본적으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자연의 넘치는 활력을 되찾아 삶을 고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삶의 고양을 위해, 니체는 이성만을 중시했던 인간 중심 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상대적으로 경시되었던 인간의 육체에 주목하였다. 인간 중심적 사유에서는 육체가 이성적 활동을 방해한다고 본 것과 달리 니체는 자연의 활력이 분명하게 발현 되는 육체를 중요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니체의 관점이 이성적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니체는 이성과 육체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관점을 거부하고 이성과 육체를 통합적으로 규정하는 ‘몸’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니체는 ‘몸’으로서의 인간에게 육체의 활동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성적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육체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동시에 ‘몸’을 ‘큰 이성’이라고 규정하고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강조하는 이성을 ‘작은 이성’이라고 규정하면서, ‘몸’이 단지 육체적 활동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이성적 활동까지 통합된 더 큰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니체는 이러한 ‘몸’ 개념을 통해서, 인간의 육체적 활동을 배제하고 이성적 활동만을 중시하는 편향성을 극복하여,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 육체의 활동이 지닌 활력을 다시 찾아 더 고양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 (출전) 정동호, 「니체」


@ 2018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16~20번.

 

 


재미있는 딸림 문항 일부

20. 윗글과 <보기>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데카르트와 메를르 퐁티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특성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취했다.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이 독립적 실체라고 규정하고 이 두 가지를 인간의 본질로 규정했다. 그리고 사유의 속성을 가진 ‘마음’이, 공간을 차지하는 속성을 가진 ‘몸’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점을 취했다. 반면 메를르 퐁티는 몸에 대한 마음의 우위를 거부하고, 몸과 마음은 분리 불가능하므로 감각의 최초 발생 원인이 되는 ‘몸’을 근본적인 것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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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니체와 데카르트는 모두 이분법적 관점으로 독립적 실체인 ‘몸’ 개념을 설명하고 있군.
② 니체와 메를르 퐁티는 모두 ‘몸’을 인간의 이성적 활동과 분리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군. (정답)
③ 데카르트는 니체와 달리, 인간 존재가 자연의 일부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을 인정하고 있군.
④ 메를르 퐁티는 니체와 달리, ‘작은 이성’이 감각의 최초 발생 원인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군.
⑤ 니체는 메를르 퐁티와 달리, ‘큰 이성’이라는 개념이 사유의 속성을 가진 ‘마음’을 우위에 두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군.